ADVERTISEMENT

[BOOK] 구겐하임 미술관 지은 라이트 그의 밑천은 허영심, 오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국내에 건축·건축가에 대한 책들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근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르 코르뷔지에·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미스 반 데 로어에 관한 책이 모두 나와 있지만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난이도’ 역시 균일하지 않다. 전문 지식을 갖춘 독자와 일반 독자를 겨냥한 책이 뒤섞여 출간돼 있어 세심한 선택이 요구된다.

그중에서 건축가의 삶을 통해 건축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지난해 출간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이다 루이즈 헉스터블 지음, 이종인 옮김, 을유문화사, 304쪽, 2만원)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설계자로 유명한 라이트의 삶과 건축을 조명한 전기다. 라이트는 자신이 직접 쓴 자서전에 실제 나이를 두 살 줄여서 썼고 학력은 부풀렸다. 여성들과 요란한 스캔들 가운데서 “내가 정직한 것”이라며 비난에 맞섰는가 하면, 빚진 돈을 갚지 않고 “금전적으로 성실한 것보다 눈과 기분을 풍요롭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죽했으면 1970년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건축 비평가인 저자는 라이트가 “건축물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까지 디자인했다”고 썼을까. 저자는 “라이트를 라이트답게 만든 것은 허영심과 오만이었다”는 분석도 덧붙인다. 고전적인 전통이 자신의 창조성을 방해한다고 주장할 만큼 자신이 특별하다는 확신이 그를 버티게한 힘이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출간된 『건축가처럼 생각하기』(할 박스 지음, 허지은 옮김, 다른세상, 374쪽, 1만6000원)는 건축가인 저자가 건축을 완성하는 과정에 대해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는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건축학과 학과장 출신의 저자가 쓴 것으로 근대 건축 거장들에 대한 자신의 견해부터 건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았다.

『건축가들의 20대』(도쿄대학 공학부 건축학과 지음, 신민원 옮김, 눌와, 220쪽, 2만2000원)는 1998년 안도 다다오가 도쿄대에 재직할 당시 기획한 ‘건축과 교육’ 강연 내용을 엮은 책으로, 렌조 피아노·장 누벨·프랭크 게리·도미니크 페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섯 명의 건축가들의 철학을 엿보게 해준다.

지난 4월에 출간된 『꾸밈없는 언어』(프리츠 노이마이어 지음, 김영철·김무열 옮김, 동녘, 536쪽, 2만8000원)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을 파고들어간 이론서다. 로에가 했던 말과 글, 그리고 책에 낙서하고 메모했던 단어와 글자까지 빠짐없이 추적해 미스의 건축철학을 이루는 구체적인 토대를 설명한다. 입문자보다는 여러 권의 건축 책을 섭렵한 이들에게 더 적합할 듯하다.

이은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