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도 본전’조범현 여유 …‘지면 창피’하라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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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자회견 후 KIA 조범현 감독(오른쪽)과 요미우리 하라 감독이 악수 하고 있다. [나가사키=연합뉴스]

“질 수 없다. 최정예 멤버를 내겠다.”(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

“주력 선수들이 많이 빠졌지만 최선을 다하겠다.”(조범현 KIA 감독)

프로야구 한·일 챔피언끼리의 대결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와 일본 챔피언 요미우리의 신경전이 뜨겁다. 대회를 하루 앞둔 13일 양팀 감독들은 일본 나가사키 빅N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게임에 임하는 심경을 밝혔다.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요미우리는 부담을 느끼는 듯했고 KIA가 오히려 편안한 기분이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하라 감독은 “WBC에서 한국과 5번(3승2패)이나 만나 힘든 경기를 했다. 사실 한국과는 되도록 붙고 싶지 않았다. KIA는 한국 최다 우승(10회)팀이다. 그러나 우리도 우승해서 이 자리에 나왔으니 요미우리다운 경기를 보이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간판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아베 신노스케는 물론 디키 곤잘레스·마크 크룬·알렉스 라미레스·이승엽 등 외국인 선수들까지 총동원했다. 하라 감독은 “올해 요미우리는 안정된 경기를 했다. KIA와도 최고의 전력으로 싸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 감독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었다. KIA는 아킬리노 로페즈·릭 구톰슨 등 외국인 선수 2명을 집으로 돌려보냈고 에이스 윤석민과 톱타자 이용규가 기초군사훈련 때문에 빠져 전력의 30% 이상을 잃었다. “져도 본전이니까 마음 편하게 싸우자”라는 생각이다. 조 감독은 “있는 전력을 최대한 쏟아 붓겠다”면서도 느긋한 웃음을 보였다.

예정에 없던 선발투수에 발표 때는 신경전이 있었다. 선발을 미리 말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하라 감독은 “KIA가 얘기하면 나도 밝히겠다”면서 피했다. 조 감독이 “우린 양현종을 내세우겠다”고 웃으며 말하자 하라 감독은 “요미우리 선발은 곤잘레스”라고 답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우완 곤잘레스는 팀 내 최다인 15승을 기록한 요미우리 에이스다. 올해 12승을 올린 양현종은 일본이 껄끄러워하는 왼손 투수다.

대회 우승 상금 2000만 엔(약 2억6000만원)은 연봉 총액 30억 엔이 넘는 요미우리엔 적은 돈이다. 그러나 스스로 일본을 대표한다고 믿는 요미우리는 이빨도 발톱도 빠진 KIA에 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나가사키=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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