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 58회 졸업생 국제어린이재활원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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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은주가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지난달 30일 오후. 뇌성마비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전북 완주군 고산면의 국제어린이재활원은 낯선 1백여명의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30대 후반인 전주고 58회(1981년 졸업)30여명이 부인.자녀들과 함께 선물을 듬뿍 안고 재활원을 방문한 것이다.

이들은 이날 재활원에 휠체어 5대를 기증한 뒤 원생 3백여명과 한나절을 어울리며 이들의 소외감을 덜어줬다. 이 행사는 재활원에서 가진 고교동창 모임이었다.

한 동창이 지난해말 모임에서 "밥 먹고 술 마시는 소비성 모임으로 끝나는 동창회를 보다 생산적으로 바꿔보자" 며 사회복지시설 위문을 제안해 이루어진 자리였다.

동창생들은 놀이방에서 손놀림이 서툰 장애인들과 함께 종이를 접어 꽃과 학 등을 만들고 토끼.사자 등 그림 맞추기를 하는가 하면 공놀이도 했다.

오락시간도 1시간 반을 가졌다. 원생들이 노래방 기계에 맞춰 테크노댄스를 추고 노래를 열창하는 등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다.

재활원의 한 직원은 "동창회 모임 자체를 복지시설에 와서 하는 것은 전례 없던 일" 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찾아와 놀아주니 원생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고 말했다.

동기회장인 서창훈(徐彰焄.39.전주시 삼천동)씨는 "오히려 우리가 삶에 대해 배우고 왔다" 며 "앞으로도 정기모임을 사회복지시설에서 가져 불우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겠다" 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 행사를 위해 특별회비를 거둬 2백여만원의 성금을 마련했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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