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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기 왕위전 도전기 5국' 최후의 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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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38기 왕위전 도전기 5국
[제1보 (1~19)]
黑.이세돌 9단 白.이창호 9단

외길을 추구하던 사람의 가난이 자랑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돈이 없어 옷에 물감 대신 먹물을 들여 입고 다니다가 비 오는 날이면 검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는 옛 명인의 이야기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 지금은 바둑동네도 가난은 서글프다. 바둑은 예도의 품에서 벗어나 경기가 됐고, 팬과 더불어 산다. 매년 상금으로만 10억원 정도씩 버는 이창호9단은 부자다. 21세의 이세돌9단도 지난해 그 절반 정도를 벌었다.

8월 17일 오전 10시, 2대2의 팽팽한 접전 끝에 용호상박의 두 고수가 최후의 일전을 시작했다. 장소는 서울 중구 중앙일보 건물 바로 앞에 위치한 명지빌딩. 한국기원 이사이기도 한 유영구 명지학원 이사장이 건물 맨 위층의 확 트인 방을 대국장으로 제공했다. 북한산과 청와대가 한눈에 보인다.

이창호는 녹차에 금연, 이세돌은 커피에 흡연. 위험 곁에 가지 않는 이창호와 '금지된 장난'에 매료되는 이세돌의 차이가 여기서도 드러난다(그러나 이 건물은 금연빌딩이라서 이세돌은 핸디캡이 하나 생겼다). 검토실 한쪽에 이세돌의 여성 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대국장이었는데 용케도 찾아왔다. 아직은 한가한 TV중계팀과 인터넷 중계팀이 그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흑5로부터 일명 '최철한 포석'이 펼쳐진다. 연초 이창호와 신진 강자 최철한이 맞붙어 이 포석으로 계속 싸웠다. 결과는 최철한이 이창호에게 두개의 타이틀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이창호도 이 포석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수순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며 오늘은 또 어떤 신수가 나타날지 모른다.

10의 날일자로 움직여 17까지, 그 다음 18로 눌러간 수가 이 포진의 테마라고 볼 수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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