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 출신 30여명 재활원서 이색 동창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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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은주가 영하 6도까지 떨어진 지난 달 30일 오후.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사는 전북 완주군 고산면의 국제어린이재활원은 낯선 1백여명의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30대 후반인 전주고 58회(1981년 졸업) 30여명이 부인.자녀들과 함께 왔다.

이들은 이날 재활원에 휠체어 5대를 기증한 뒤 한나절을 원생 3백여명과 어울려 보내며 추위와 소외감을 덜어줬다.

이 행사는 재활원에서 가진 고교동창 모임이었다.

한 동창이 지난해말 모임에서 "밥 먹고 술 마시는 소비성 모임으로 끝나는 동창회를 보다 생산적으로 바꿔보자" 며 사회복지시설 위문을 제안해 이뤄진 자리다.

동창생들은 놀이방에서 손놀림이 서툰 장애인들과 함께 종이를 접어 꽃.학 등을 만들고 토끼.사자 등 그림 맞추기를 하는가 하면 공 던지기.굴리기 같은 놀이도 했다.

오락시간도 1시간반을 가졌다.

원생들이 노래방 기계에 맞춰 테크노댄스를 추고 노래를 열창하는 등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빠를 따라온 김민희(10.금평초등3)양은 "처음엔 무서운 생각도 들어 원생들에게 말조차 제대로 못붙였는데 어울려 놀다보니 다정해 다음에 또 오고 싶다" 고 말했다.

재활원의 한 직원은 "동창회 모임 자체를 복지시설에 와서 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 이라며 "가족들과 함께 찾아와 놀아주니 원생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동기회장인 서창훈(徐彰焄.39.전주시 삼천동)씨는 "오히려 우리가 삶에 대해 배우고 왔다" 며 "앞으로도 몇달에 한번씩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모임을 가져 불우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겠다" 고 말했다.

회원들은 이 행사를 위해 특별회비를 거둬 2백여만원의 성금을 마련했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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