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이 멸종 부추길수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유전자 변형 물고기가 어류 멸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농무성과 퍼듀대팀은 최근 '메다카' 라고 불리는 작은 물고기의 유전자를 변형, 실험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수컷 메다카에 연어의 성장호르몬 유전자를 주입, 몸집을 키워놨다. 이후 이 유전자 변형 메디카를 보통 메다카와 섞어 길렀다.

그러자 문제가 발생했다. 정상적인 메다카 암컷들이 '체격좋은' 유전자 변형 메다카에게만 몰린 것. 정상 유전자를 가진 수컷 메다카들은 짝짓기 한번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 생겼다.

세밀히 측정한 결과 유전자 변형 수컷에 비해 짝을 찾을 확률이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같은 짝짓기 양상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해봤다. 결론은 40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정상 메다카는 물론 유전자 변형 메다카까지 멸종하고 만다는 것.

뮈어 박사는 "유전자 변형 메다카는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자연에 대한 적응력은 정상 메다카보다 떨어진다" 며 "유전자 변형이 결국 자연도태를 불러온 것" 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최근 생물학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로이 유전자 가설' 을 지지하는 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로이 유전자 가설이란 '트로이 목마' 에서 따온 말. 유전자 변형(메다카의 경우 큰 체격)이 얼핏 선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종의 멸종을 가져오는 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실 안에서 이뤄진 결과라 자연계에서 그대로 들어맞을 지는 확신할 수 없다" 면서도 유전자 변형이 자연생태계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한때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삽입, 메기만한 크기로 키운 미꾸라지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환경 파괴라는 이유 때문에 일반 보급은 주춤한 상태다.

김창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