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 확 바꾸자] 편의시설 확충도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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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여성들은 대중 여자화장실의 수용능력 부족뿐 아니라 필요한 편의시설도 거의 없어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아기 기저귀를 갈거나 얼굴화장 고치기 등 화장실 용도가 다양한 여성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탓이다.

여자화장실의 변기수 확충과 함께 쾌적한 편의시설 마련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자화장실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실행에 옮겨 '확' 바꾼 국내외 혁신사례를 소개한다.

◇ 국내〓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망향휴게소(충남 천안시). 관광버스에서 내린 여자 승객 40여명이 화장실로 뛰어간다.

그러나 여자화장실 변기수가 남자화장실과 같은 50개나 돼 줄을 설 필요가 없다.

휴게소측은 "여자화장실이 좁아 버스 출발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난해 남녀 화장실 면적을 3대5로 바꾸는 획기적 조치를 했다.

기저귀 교체대.유아용 침대.그림액자 등도 설치했다.

고객 이정숙(李貞淑.48.서울 동작구)씨는 "줄 서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너무 좋다" 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의 공중화장실 10개 중 3개는 여자 전용. 남자화장실 7곳의 대.소변기가 65개인 데 비해 여자화장실 변기수는 86개여서 여성들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또 8월에 문을 여는 서울 남대문시장내 의류종합센터 '메사' 는 숙녀복 매장에는 여자화장실만 넓게 설치하고, 다른 매장에도 남녀 변기비율을 1대1로 하기로 했다.

◇ 미국〓캘리포니아주.테네시주 등 7개 주가 공중화장실의 남녀 변기수 비율을 아예 1대2로 법제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테네시주 풋볼 전용구장인 '아델피아 콜리시엄' .이 경기장은 여자 관객이 많이 몰려도 화장실에 줄을 서는 경우가 없다.

오히려 남자들이 줄을 서며 '역차별' 주장을 한다.

7개 주 외에 미주리주 등은 경기장.실내 아이스링크.극장.주의회 등의 공중화장실은 남녀 화장실 변기수를 최소한 동일하게 설치토록 법제화했다.

법제화까지 한 것은 한 설문조사에서 '여성들이 급한 나머지 남자화장실을 이용한 경험이 85%나 된다' 는 결과가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또한 뉴욕마라톤대회 등이 개최되는 센트럴파크는 옥외행사 때마다 여성용 이동화장실을 평소보다 두배 많게 설치하고 있다.

◇ 일본〓도쿄(東京)하마마쓰(濱松)정의 극단 사계(四季)전용극장은 화장실에 관한 한 '여성 천국' .1층 여자화장실은 남자화장실보다 네배나 넓다.

여자화장실에는 좌변기가 34개 있지만 남자화장실에는 좌변기 4개, 소변기 11개뿐이다.

2층도 여자화장실이 두배 넓어 남성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극단측은 "법 규정은 없지만 여자 관객이 80%나 되는 점을 배려했다" 고 설명했다.

또 아타미(熱海)등 해안가 공원에는 여자화장실을 한두개 더 설치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백화점.방송국.대학 등의 여자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되자 여자화장실 청소담당자가 수시로 카메라 설치 여부를 '특별점검'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뉴욕.도쿄〓신중돈.남윤호 특파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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