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도 죽지않는 잔디재배법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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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영하 10도가 넘는 한겨울에도 잔디를 새파랗게 자라게 하는 첨단기술이 개발돼 화제다.

기술개발의 주인공은 대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오에너지 박수규(朴壽圭.51)사업본부장과 충남대 농대 구자형(具滋馨.53)교수팀.

이들은 충남대 농대에 각각 50㎡(15평) 크기의 묘포장 2곳을 설치해 지난해 6월부터 잔디를 시험 재배 중이다.

묘포장 한쪽엔 자신들이 개발한 '초전도(超傳導)파이프 방식' 으로 , 다른쪽엔 미국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일반 재배 방식으로 잔디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식재한 잔디는 양쪽 모두 유럽산 한지형(寒地形)이며, 이 잔디는 국내 자생의 들잔디(暖地形)와 달리 밟아도 잘 죽지 않고 결이 부드러워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을 치르는 세계 각국에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식재후 첫겨울을 맞은 현재 양쪽 잔디에는 대조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전도 방식을 쓴 곳은 여름철과 다름 없이 잔디가 잘 자라고 있으나 다른 쪽은 생육이 정지되면서 잎이 모두 말라죽어있다.

서울.대전 등의 월드컵경기장을 건설 중인 전국 1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현재 시험 재배 중인 잔디(한지형)도 이와 마찬가지로 잔디잎이 대부분 죽어있다.

朴씨 등이 개발한 것은 초전도 열전환 화학물질을 이용해 순식간에 축구경기장 전체의 잔디밭을 냉.난방 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다.

한지형 잔디는 25도를 넘는 무더위나 15도 미만의 온도에는 거의 말라죽어 한서(寒暑)의 차이가 심한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상태로 관리하기가 힘들다.

具교수는 "가격이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월드컵축구장을 사계절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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