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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린 루게릭병 요양소 건립 … 션, 박승일씨에게 ‘희망을 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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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눈으로 쓴 희망’이 기적을 불렀다. 7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전직 농구코치 박승일(38·사진 오른쪽)씨. 그가 “마지막 소원”이라며 매달려 온 루게릭요양소 건립을 도와주겠다는 독지가가 나타났다. 기부천사로 알려진 가수 션(37·본명 노승환·사진 왼쪽)이다. 션은 지난 7일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박씨의 집을 찾아 1억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지난 1년간 교회·대학 등에서 강연을 해 모은 돈이다.

션은 10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추가로 필요한 요양소 건립기금 7억5000만원과 매달 들어갈 운영비 15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150개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루게릭병으로 전신이 마비된 뒤 박씨는 눈으로 안구마우스(눈동자로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이는 특수 장비)를 움직여 세상과 소통해왔다. 그의 바람은 하나였다. “환자 가족의 고통을 덜기 위해 루게릭요양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루게릭병은 전신의 근육이 조금씩 마비되는 희귀병. 호흡기 근육이 마비되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이 순간부터는 24시간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래가 인공호흡기를 막지 않도록 간간이 가래를 없애줘야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돌봐줄 가족이 없는 환자들은 인공호흡기를 달지 못한 채 죽음을 맞기도 한다.

션이 이런 박씨의 목소리를 접한 건 최근 출간된 책 『눈으로 희망을 쓰다』를 통해서다. 중앙일보에 실린 박씨의 기사(2005년 11월 9일자 등)와 당시 취재 기자가 4년간 박씨와 주고받은 e-메일 50여 통을 토대로 쓴 책이다.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받은 션은 이틀에 걸쳐 책을 읽은 뒤 박씨를 돕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션은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지상지옥’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싶어 가슴이 아팠다”며 “마침 강연으로 모은 1억원을 어디 쓸까 고민 중이었기에 선뜻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션은 루게릭요양소가 건립되고 순조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여러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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