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운지] 한발짝 다가선 미 대사관 -시민단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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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오후 토론을 마치고 일부 시민단체 지도자들과 던큐 워싱턴 공보 참사관(왼쪽에서 둘째) 등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앞으로 더 자주 만나 많은 문제를 함께 풀어 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양평의 한 온천 호텔 내 대회의실. 외국인과 한국인 30여 명이 모여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전문 통역사의 도움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참석자들은 서로의 얘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 시민단체 지도자들과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이 '한.미 관계의 미래와 시민사회의 과제'(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주한 미국대사관 공동 주최)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만난 자리였다. 토론회는 1박2일간 이어졌다.

이들이 한데 머리를 맞댄 목적은 '서로 제대로 이해하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이다. 박재창 교수(한국 NGO학 회장.숙명여대 행정학)가 진행을 맡은 첫날 토론의 주제는 '한반도 평화 정착과 시민사회의 과제'였다. 이튿날 오전엔 '바람직한 한.미 관계와 시민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솔직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토론의 자세한 내용은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언론에 공개됐다.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맡았던 임현진(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토론회를 통해 결국은 신뢰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다음에는 보다 구체적인 주제로 토론을 발전시키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런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 자체가 미국은 물론 시민사회도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김우준 교수(연세대 동서문제연구소.신중도포럼 대표)는 "이제는 시민단체가 친미냐 반미냐를 떠나 미국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첫날 토론을 마치고 야외 정원에 모여 앉아 보컬 그룹 해오른누리의 공연을 감상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 노래자랑도 했다. 이날 노래로 좌중을 압도한 '스타'는 조앤 마튼 미국대사관 공보과 문정관. 마튼은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를 완벽한 한국 발음으로 애교 있게 불러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마이클 클라인(미국대사관 노동.인권서기관)은 비틀스의 '노란 잠수함'을, 김우준 교수는 '빗속의 여인'을 불러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마크 민튼 주한 미국 대리대사는 "한.미 관계가 얼마나 폭넓고 깊은 관계인지 재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며 "미국대사관은 앞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화의 문을 활짝 열 계획"이라고 했다. 랠프 코사(전략국제문제연구소 태평양 지부 소장) 박사는 "지난달 29일 밤에 유쾌하게 진행된 저녁 자리는 한.미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행사였다"고 말했다.

던큐 워싱턴 미국대사관 공보 참사관도 "한국 시민단체의 대표를 직접 만나 보니 이들이 한.미 관계와 시민사회의 역할에 얼마나 깊은 관심과 큰 책임감을 느끼는지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모임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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