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범죄라는 의식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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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도와 달라며 간절히 요청하는 전화를 받고 달려가보면 그들의 처참한 모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 행색에 어금니를 꽉 깨물어도 눈물이 나지요."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매매춘의 사슬을 끊고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센터인 '다시함께 센터'가 지난 1일로 개소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이들을 돕느라 전국 방방곡곡 도서 벽지까지 발로 뛰었다는 이 센터의 조진경(36.사진) 소장은 "성매매가 피해 여성들의 인격을 파괴하고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사회적 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대방동 서울 여성플라자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이 센터는 서울시로부터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받아 운영되고 있다. 연중 무휴 24시간 운영되며 법률 및 의료지원단까지 갖추고 체계적인 지원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여성만도 6018명. 미아리 텍사스.파주 용주골 등 집창촌(사창가)을 수시로 찾아가 3700여명을 상담하고 2만개 이상의 교육.홍보물도 나눠주었다. 또한 최근에는 섬에서 탈출한 성매매 피해 여성들과 함께 업주와 국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가 집계하는 국내 성매매 종사 여성은 150만명 정도. 집창촌은 일부에 불과하고 휴게텔이나 마사지업소.티켓다방 등의 밀실에서도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는 게 현장을 누빈 조 소장의 견해다.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자신이 원해서 그 같은 일을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보면 이 일을 좋아서 한다는 여성은 없어요."

비록 처음에는 자신의 뜻대로 발을 디뎠다 하더라도 선불금 등에 매여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일반 국민은 물론 단속 경찰.검찰 등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조 소장은 안타까워했다.

"성을 돈으로 사려는 구매자가 있는 한 성매매가 사라지기 어렵습니다. 이들에 대한 교정.교육이 절실하지요."

조 소장은 "오는 23일부터 발효되는 '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이 알선 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성매매 현장의 영업 형태가 보다 교묘해지고 있다"며 "법이 아무리 가중처벌을 해도 성매매가 범죄라는 국민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성매매를 뿌리뽑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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