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일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다 출소한 비전향 장기수들이 탕제원(湯劑院)을 열고 자활과 사회봉사에 나섰다.
주인공은 38년간 복역하다 지난해 3.1절 특사로 석방된 최선묵(崔善默.72)씨와 1993년 출소한 김용수(金容壽.70.26년 복역).한장호(韓障昊.78.95년 석방.43년간 복역).최수일(崔水日.61.지난해 3.1절 특사 석방.35년간 복역)씨 등 4명.
이들은 14일 자신들의 거처인 대전시 동구 성남동 '형제의 집' 에 15평 규모의 '형제건강원' 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최선묵씨는 출소 뒤 어린 시절과 복역생활 과정에서 틈틈이 익혔던 한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무료로 침 시술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형제의 집을 방문한 충남 보령의 한 독지가가 崔씨의 한의학 실력을 알고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며 약탕기 5대(1천만원 상당)를 기증했다.
崔씨 등은 그 뒤 3개월 동안 약탕기 시험가동 차원에서 주민들이 호박.인삼 등 한약재를 들고오면 무료로 달여주었다. 때론 약재를 구해다가 달여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런 생계수단이 없는 이들이 무료 봉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崔씨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없이 스스로 벌어 삶을 꾸리는 게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며 "생계비라도 벌기 위해 건강원을 열었다" 고 말했다. 건강원에서는 호박.포도즙, 붕어.잉어탕, 개소주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이들은 앞으로 약탕기 가동에 따른 최소한의 원가만 받고 이익이 남을 경우 불우이웃 돕기에 활용키로 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거리가 생겨 얼마나 다행스러운 지 모르겠다" 고 입을 모았다. 문의 042-634-4915.
대전〓김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