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 장기수 4명 자활·사회봉사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거의 일평생을 감옥에서 보내다 출소한 비전향 장기수들이 탕제원(湯劑院)을 열고 자활과 사회봉사에 나섰다.

주인공은 38년간 복역하다 지난해 3.1절 특사로 석방된 최선묵(崔善默.72)씨와 1993년 출소한 김용수(金容壽.70.26년 복역).한장호(韓障昊.78.95년 석방.43년간 복역).최수일(崔水日.61.지난해 3.1절 특사 석방.35년간 복역)씨 등 4명.

이들은 14일 자신들의 거처인 대전시 동구 성남동 '형제의 집' 에 15평 규모의 '형제건강원' 을 열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최선묵씨는 출소 뒤 어린 시절과 복역생활 과정에서 틈틈이 익혔던 한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주민들에게 무료로 침 시술을 해왔다.

지난해 10월 형제의 집을 방문한 충남 보령의 한 독지가가 崔씨의 한의학 실력을 알고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며 약탕기 5대(1천만원 상당)를 기증했다.

崔씨 등은 그 뒤 3개월 동안 약탕기 시험가동 차원에서 주민들이 호박.인삼 등 한약재를 들고오면 무료로 달여주었다. 때론 약재를 구해다가 달여 주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런 생계수단이 없는 이들이 무료 봉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崔씨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없이 스스로 벌어 삶을 꾸리는 게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며 "생계비라도 벌기 위해 건강원을 열었다" 고 말했다. 건강원에서는 호박.포도즙, 붕어.잉어탕, 개소주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이들은 앞으로 약탕기 가동에 따른 최소한의 원가만 받고 이익이 남을 경우 불우이웃 돕기에 활용키로 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거리가 생겨 얼마나 다행스러운 지 모르겠다" 고 입을 모았다. 문의 042-634-4915.

대전〓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