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음악영재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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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1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5세 이하 음악영재들이 자작곡을 연주하는 ‘아시아·태평양 주니어 오리지널 콘서트(APJOC)’가 열렸다. 한국을 비롯, 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8개 국가 11명의 학생들이 기량을 뽐낸 현장을 찾아갔다.

구나연(계성초 1)양의 조그마한 손이 피아노 건반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대관령으로 놀러 갔을 때의 추억을 살린 ‘즐거운 하루’를 직접 작곡해 연주하고 있는 것. 7살 어린이의 화려하면서도 절도 있는 손놀림에 매료된 관중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구양은 “도·미·솔 3개의 음만 가지고 ‘도미도미’‘도미솔미미솔솔’과 같이 음을 마음대로 연결해 반주를 만드는 것 부터 시작해 음의 수를 5개, 7개로 늘려나갔다”며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피아노를 함께 치면서 마음속에 있는 소리를 밖으로 끌어냈다”고 말했다.

구양은 4세때 처음 피아노를 만났다. 건반을 누르면서 음의 높낮이를 익히고 ‘공부’가 아닌 ‘놀이’로 피아노와 친해졌다. 애니메이션음악, 영화음악, 광고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따라 연주하기도 했다.

야마하 뮤직스쿨 이현정 강사는 “음감이 발달하는 만4~6세가 음악교육을 시작할 적기”라며 “어릴 때부터 음악을 많이 듣고 다양한 소리를 접하면서 청음능력을 키우라" 며 "그래야 손가락 근육이 발달하는 7세 시기에 연주를 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제시카(14여)는 친구 케난·용키와 합동공연을 선보였다. ‘나의 여행’이라는 제목의 자작곡은 제시카가 작년에 직접 쓴 시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자 케난이 엘렉톤(전자오르간) 반주로 감미로움을 더했다. 용키는 팀파니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제시카는 “음악은 내 삶의 큰 부분이지만 직업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을 돈벌이로 삼는 삶은 음악이 없는 단조로운 삶보다 더욱 공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친구들과 연주연습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해가 커졌다”며 “음악은 나눔과 표현을 통해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국에서 온 나차야(여15)는 도심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평화로운 공간의 모습을 상상한 ‘꿈속의 신비한 숲’을 엘렉톤으로 연주했다. 나차야의 어머니는 손가락 힘이 약한 딸을 위해 피아노가 아닌 엘렉톤을 가르쳤다. 완벽한 악보 대신 간단한 소절만 적혀있는 쉽고 불완전한 악보를 건네주며 뒷부분을 마음대로 작곡해서 쳐보게도 했다. 나차야는 “어머니 덕분에 다양하게 샘플링된 소리가 들어있는 엘렉톤을 연주하면서 음악적 상상력을 확대시켜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교육부서 테오도르 총책임자는 “악보대로 치는 것보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창의적인 음악가가 되려면 그룹레슨을 통해 친구의 연주를 듣고 교감해 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사진설명]태국에서 온 나차야 양이 직접 작곡한 곡을 엘렉톤으로 연주하고 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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