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죄니 … 분양권 시장에도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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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 찬 바람이 불고 있다. 매수세가 줄면서 매도 호가(부르는 값)가 하락세다. 일부 단지에서는 일주일 새 웃돈(프리미엄)이 3000만원 정도 빠진 매물이 나와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분양 아파트 청약 열기로 며칠 새 웃돈이 수천만원씩 붙어 거래되던 한 달 전과는 딴판이다.

재건축 아파트로 이달 말 입주하는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포일자이 82㎡짜리 조합원 분양권의 현 시세는 3억7000만~3억8000만원 선(로열층 기준). 일주일 전보다 3000만원가량 내렸다. 이 아파트는 9월 말 일반분양 청약 때 평균 9.8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된 뒤 조합원 분양권 호가가 4억1000만원을 웃돌기도 했다. 인근 대림앤자이공인 유연선 대표는 “지난달 말부터 호가를 낮춘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사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권 역시 웃돈 호가가 빠지고 있다. 지난달 입주한 판교 원5단지 휴먼시아푸르지오 125㎡는 한 달 전 10억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9억3000만~9억5000만원 선이다.

내년 5월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동천래미안 115㎡도 한때 웃돈이 7000만원가량 붙었으나 지금은 2000만원 정도 빠져 6억원 안팎에 살 수 있다.

7월 일반분양 당시 평균 29대 1의 높은 1순위 경쟁률을 보였던 서울 흑석뉴타운 센트레빌1차 106㎡ 역시 웃돈이 추석 전후 1억3000만원에서 현재는 1억원 선으로 내렸다.

◆왜 그런가=잘나가던 분양권 시장이 가라앉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우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영향 때문이다. 분양권은 9월 DTI 규제가 서울·수도권 전역의 기존 아파트로 확대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DTI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풍선 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 오르는 것)가 기대돼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자들이 대출 규제로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자 분양권 매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판교신도시 이지인공인 박채영 대표는 “기존 아파트를 팔고 분양권을 사려던 손님 중 상당수가 매입 자금이 모자라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분양권 시세가 짧은 기간에 크게 오르면서 거품이 끼었던 것도 추격 매수세가 붙지 않는 이유다. 서울·수도권 분양권 값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청약 열기 덕에 최근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곳에서는 ‘떴다방’(이동식 무허가 중개업소)들이 분양권 거래에 개입해 웃돈을 조작하면서 가격에 거품이 생긴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DTI =매년 금융회사에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대출자의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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