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천성모병원 김형민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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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무(無) 병원’을 아십니까. 지역에 위치한 종합병원이 의료계에 조용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 병원의 이름은 성가병원이었다. 성가비소녀회 소속으로 수녀들이 운영했다. 1958년 서울 미아리 본당에 불우 이웃을 위해 시작한 성가의원이 전신. 이후 1970년 서울 하월곡동을 거쳐 1983년 경기도 부천의 현재 위치에 둥지를 틀고 경기 서북부 거점병원으로 성장했다.

이름이 바뀐 것은 성가비소녀회에서 병원을 가톨릭대 법인에 헌납한 데 따른 것. 600병상 규모로 병원이 커지면서 새롭고 강력한 리더에 의한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의료원장인 김형민(정형외과·60·사진) 교수는 지난달 ‘브랜드 재창조 선포식’을 거행했다. 가톨릭이 추구하는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 사상에 첨단의료 시스템을 접목한다는 것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현대 의료는 ‘질병’에 집중하다 정작 ‘사람’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앞으로 의료는 과(科)라는 성역이 무너지고 인간 전체를 보는 통합의학으로 갈 것입니다.” 김 원장의 말이다.

이 병원 메디칼협진센터가 좋은 예다. 이 센터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8~9명의 각과 교수가 모인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먹으며 환자 한두 명의 증례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환자는 만성기침·답답함·숨참·체중 감소 등 애매한 증상을 호소해 단과 전문의 혼자서는 오진 가능성이 크다. 짧은 시간에 정확한 판정이 내려지니 환자 편에서 보면 시간과 진료비를 크게 절약한다.

“병원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게다가 많은 의료진의 희생과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고요.” 가톨릭 정신의 팀워크가 없으면 진행하기 힘들다는 것. 메디칼협진센터 외에도 당뇨병센터·뇌졸중센터·골관절센터 등에서도 관련 과들이 협진을 통해 환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병원의 3무는 ‘소음’ ‘통증’ ‘담배 냄새’를 없앤 것. 환자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입원실에서 TV를 없애고 카트의 바퀴 소리, 간호사의 슬리퍼 끄는 소리까지 계도한다.

환자가 치료 과정 중에 느끼는 통증도 철저히 관리한다. “암성 통증부터 주사를 맞을 때 발생하는 가벼운 통증까지 줄이려고 경험 많은 전문간호사를 배치합니다. 또 금연 구역은 물론 종종 계단이나 병동 밖에서 담배 냄새가 흘러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요. 3무는 곧 환자의 빠른 쾌유로 이어지거든요.”

이 같은 환자 중심의 환경 조성과 첨단의료 시스템이 집약된 결과 이곳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는 올 들어 6.9일을 기록했다. 재원일수는 병원에는 수익을, 환자에겐 치료비 경감을 안겨주는 주요 경영 지표. 웬만한 대학병원보다 2~3일은 짧을 정도로 달성하기 힘든 일수다.

가톨릭대 산하에는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8개 병원이 있다. 이 병원들이 현재 뉴로 유비쿼터스(nU)라는 환자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부천성모·서울성모·의정부성모병원이 시스템을 완료했다.

김 원장은 “환자는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계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며 “환자에게 최적의 병원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병원 개혁의 요체”라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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