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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할 점 많은 만성폐쇄성 폐질환 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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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신종 플루 감염 확진 환자 수가 크게 늘며 건강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최근 신종 플루로 사망한 60~70대 남녀가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COP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COPD는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기종에 의해 기도가 폐쇄돼 호흡곤란 증상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COPD는 생존의 기본이 되는 ‘숨’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에이즈와 더불어 전 세계 네 번째 사망 원인으로 2020년에는 사망 원인 3위로까지 예상되고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조사 결과 45세 이상 성인 5명 중 1명이 COPD를 앓고 있으며,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 1997년부터 10년간 무려 49%나 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COPD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흡연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서 COPD 환자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높은 유병률과는 달리 아직 COPD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매우 낮다. 제7회 폐의 날(11월 6일)을 맞아 학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COPD 증상이 있는 2명 중 1명이 아무런 조치 없이 병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OPD는 폐 기능이 50% 이상 손상되기 전까지 기침·해소·객담 등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감기 증세나 노화쯤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증이 되면 호흡곤란으로 운동은 물론 청소·출근 등의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불가능해진다.

이렇듯 기침으로 시작해 탈진과 혼수상태,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COPD를 막는 방법은 조기 검진밖에 없다. 특히 10년 이상 하루에 한 갑씩 담배를 피워온 40세 이상이라면 폐기능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또한 COPD는 환경적인 원인도 있으므로 비흡연자도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COPD는 5~10분 정도의 폐기능 검사를 통해 검진할 수 있고, 비용도 1만여원으로 부담이 없다.

하지만 폐기능 검진율을 높이기에는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 COPD 검사를 위해서는 종합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의원(31%) 및 보건소(5%)의 폐기능 검사기기 보급률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또한 혈압·당뇨병과 함께 COPD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아직 건강보험검진 항목에는 폐기능 검사가 1차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다.

따라서 COPD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조기 검진의 인식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앞으로 COPD치료에 전향적으로 나선다면 COPD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성구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