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처럼 PC도 공짜로 공개SW가 그런 시대 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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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통신서비스 약정을 걸면 비싼 휴대전화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몇 년 안에 PC 역시 돈 내지 않고 쓸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런 제품에는 당연히 공짜이거나 저렴한 공개 소프트웨어(SW)가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리눅스재단의 최고경영자(CEO)인 짐 젬린(40·사진) 대표는 인터넷의 발달에 따라 리눅스 같은 공개 SW의 입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주관, 중앙일보 등이 후원한 ‘제1회 공개 SW데이’ 행사에서다. 리눅스재단은 표준화·지적재산권 등을 담당하는 세계 최대의 리눅스 관련 단체다.

젬린 대표는 “전자·통신 기기와 서비스 간의 컨버전스(융합)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공개 SW인 리눅스가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갖고 다녔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예전에 하던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그 정도로 인터넷 기반의 컨버전스는 현실이 됐다. 앞으로는 TV·내비게이션 같은 기기로도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주고받게 될 텐데,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처럼 한 가지 분야에만 쓸 수 있는 상업용 SW로는 이런 다양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젬린 대표는 “지난주에 삼성 TV를 한 대 샀는데 이를 통해 야후나 유튜브에 접속해 음악을 듣고 사진을 봤다”고 했다. 그는 “이미 리모·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는 리눅스 기반이고 삼성을 비롯한 많은 전자업체도 제품에 리눅스 SW를 쓴다”고 전했다.

젬린 대표는 한국의 역할에도 큰 기대감을 보였다. 그는 “세계적으로 리눅스 관련 인력이 모자란다. 한편으로 한국은 반도체·전자 등의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지만 TV·휴대전화 등을 아우르는 SW 기술이 약하다. 한국의 수준 높은 인력들이 리눅스 쪽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SW와 하드웨어(HW) 분야에서 두루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과 김기현(한나라당) 의원, 정경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공개 SW는 기존 글로벌 기업이 독점한 SW 시장의 구조를 개편할 뿐만 아니라 산업 간 융합에 필요한 기본 기술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리눅스(Linux)=공개 SW는 설계도(소스 코드)를 누구나 사용하거나 고칠 수 있게 한 프로그램이다. 리눅스는 1991년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대학원생이던 리누스 토발즈가 만든 PC OS로 대표적 공개 SW다. 윈도와 오피스 같은 MS SW가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사게끔 하는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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