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가네 호떡' 300여 체인점, 성금모아 불우이웃 도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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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관산동의 양로원 순애원.

허름한 옷차림의 40대 남자 4명이 양손 가득 선물보따리를 들고 양로원에 나타났다.

할머니.할아버지 1백80여명은 "장사도 바쁠텐데 또 왔느냐" 며 환한 미소로 반긴다.

이들이 풀어놓은 것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 2백개와 도너츠 1백개, 콜라 30병 등이었다.

노인들에게 간식거리를 일일이 나눠주고 1시간반 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들은 이곳을 나오자마자 제2의 선물보따리를 들고 인근의 양로원 '희망의 마을' 로 다시 향했다.

인근 일산 신도시에서 호떡을 파는 황호선(黃鎬善.44.경기도 양주군 은현면 선암리 191)씨가 같은 동네에서 도너츠 장사를 하거나 옷가게를 하는 이웃 3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것이다.

순애원 홍증옥(洪曾玉.41.여)총무는 "장사에도 바쁠 시간에 호떡 등을 만들어 가져다 주는 이들의 정성에 노인들이 감격스러워 한다" 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매달 양로원과 정신지체장애인 수용시설 3곳을 이웃 주민들과 찾는 黃씨는 '사랑의 호떡장수' 로 불린다.

그는 "서민들에게 호떡을 팔아 수입을 올리므로 불우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전하기 위해 이같은 일을 하고 있다" 며 겸연쩍어했다.

그는 94년부터 일산 신도시 레이크타운 도로변에서 부인 윤명실(尹明實.41)씨와 함께 1.5평짜리 호떡집을 운영하며 맛으로 인정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가 터지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에 넘쳐나자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기로 작정했던' 자신의 호떡기술을 실직자들에게 전수해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고 98년 4월부터 호떡 체인점 사업에 나섰다.

그는 체인점 계약조건으로 '이익금의 10%를 이웃돕기에 사용한다' 는 단서조항을 내걸어 이웃돕기운동을 확산시켜 가고 있다.

이후 현재까지 5차례에 걸쳐 명절 때면 전국의 체인점 호떡장수 3백명과 함께 3백만~5백만원의 성금을 모아 불우이웃시설에 전달하고 있다.

黃씨는 3일에는 체인점 업주들이 모아 보낸 1백50만원에다 자신의 돈을 보태 본지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3백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황가네 호떡' 은 찹쌀.분유.건포도 등 22가지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 독특하게 호떡을 만들어 낸다.

그는 대학 2년을 중퇴한 후 덤프트럭 기사.개 사육 등 8가지 일자리를 전전하며 10여년간 고생하다 호떡장수로 겨우 자리잡았다.

"어려움 속에서 살다 보니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돼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고 黃씨는 말했다.

이밖에도 그는 94년부터 서울 정릉의 미혼모지원시설인 '성가정' 에 매달 3만~5만원의 성금을 남몰래 전하고 있다.

黃씨는 "모두가 자신보다 못한 이웃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준다면 새 천년은 더욱 풍요로운 세상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태종.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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