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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에 밀려나는 환경 현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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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환경 보존과 복원은 21세기 국가운영의 중요한 과제다. 그것은 국가장래와 우리 후손들의 운명과도 직결된 일이다. 인권이 그렇듯이 환경문제 역시 정치적 이해나 지역적 타산으로 저울질돼서는 안될 절대적 가치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새 세기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종전의 비교가치 개념에서 생존권 차원으로 강화돼야 하며, 정부정책도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국민의 의식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정부의 환경정책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동강댐 건설, 새만금호 대책, 국립공원 구역조정 등 지난 수년 동안 논란을 거듭해온 주요 환경관련 정책들이 아무런 결정도 보지 못한 채 또 해를 넘기고 있다.

과연 미래지향적 환경정책의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10년이 가깝도록 엄청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고도 아직까지 방향조차 잡지 못한 이유가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니 더욱 한심한 일이다.

물론 환경우선의 정책은 국민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고 지역경제를 위축시켜 해당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국민 전체의 생존권이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될 때는 어느 정도의 주민 이익 희생은 불가피한 일이다. 주민이익도 눈앞의 당장 이해손실을 떠나 긴 시각에서 볼 일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환경정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능하다지만 다수의 입장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희생되는 소수를 설득하고 보상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해 정책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화호의 오염을 눈앞의 현실로 뻔히 보면서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만금호 공사를 마지 못해 해가는 정부정책이 과연 국가백년대계를 그린 국토개발사업인가.

위천공단과 낙동강 수질개선은 별도의 문제일 터인데도 주민들의 반발에 밀려 오도 가도 못한 채 총선을 앞두고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하는 환경정책이 제대로 된 환경관리인가. 사정은 동강댐도 하등 다를 바 없다. 급박한 환경과 개발문제를 덮어둔 채 쉬쉬하며 시일만 끌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환경정책이 주민들의 목소리에 언제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준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겁내 해묵은 현안 처리를 미루는 당국이 공청회조차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정책 결정 시기를 정치적 이해타산에 맞춰 선택할 것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반발이 최소화되도록 정책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가능한 보상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는 정부가 환경정책만은 투명하고 분명하게 집행한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왜 주요 환경 현안의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고 앞으로의 추진계획을 총선일정과 관계없이 소상히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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