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야기] 한국 100년사…90여대 운행시절 교통법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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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우리나라의 자동차 1백년사를 살펴보자. '

자동차가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01년이었다.당시 미국 시카고 대학의 사진학 교수이자 여행가였던 버론 홈즈가 일본을 여행하던 중 인천항을 통해 타고 들어온 것이 한국 땅을 밟은 첫 차였다.이때 홈즈 교수가 몰던 차가 서대문을 통과하다 마주오던 소달구지를 들이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나 백성들이 자동차를 제대로 구경할 수 있었던 건 한일합방 이듬해인 11년 고종과 총독을 위해 영국으로부터 자동차 2대를 들여오면서부터. 이후엔 왕족과 토착 부호들이 차례로 미국에서 자동차를 구입해 타고 다녔다. 12년에는 승합차 영업이 등장했으며, 15년에는 서울에 차량 90여대가 다니면서 사고까지 발생하자 교통법이 처음으로 공포된다.

또 돈 많은 한량들이 기생과 함께 드라이브 하는게 유행이 되자 19년에는 '기생 자동차 금승령' 도 만들어졌다.제대로 된 도로가 없었던 이즈음 경성운전자강습소 학생들이 차량 3대로 서울~부산간 4백80㎞를 39시간만에 주파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30년대 중반까지 차는 대부분 미국에서 들여왔다. 당시 포드T의 값은 3천5백원으로 쌀 1백75가마 값과 맞먹었다. 그러나 35년 중일전쟁으로 휘발유 배급이 중단돼 대부분의 차들이 목탄차로 개조된다. 이후 한국전쟁까지는 자동차 산업의 암흑기였다.

전쟁 이후 미군과 유엔군이 버리고 간 군용 폐차는 한국의 자동차를 다시 살려냈다. 60년대 초반까지 승용차는 군용 지프에 드럼통을 펴 천장을 만들어 얹은 게 대부분이었고, 버스는 미군 트럭 섀시에 드럼통 철판과 나무로 만든 차체를 얹어 만들었다.

61년 자동차공업 육성책이 만들어지자 새나라 자동차회사가 설립돼, 일본 닛산의 소형차를 조립.생산하면서 비로소 자동차산업의 첫발을 디뎠다. 이후 70년대초까지 신진자동차가 도요타의 코로나, 현대차가 포드의 코티나, 아시아자동차가 피아트, 기아차가 마쯔다의 브리사를 각각 생산하면서 국제 자동차 전시장을 방불케했다.

74년말 현대차는 최초의 국산 고유모델인 1천3백㏄급 해치백 스타일의 '포니' 를 내놓는다. 포니는 본격적인 '마이 카' 시대와 자동차 수출 시대를 열어준 효자였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한국 자동차산업은 세계자동차생산국 5위, 자동차 수출은 6위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 보유대수도 1천1백만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우차와 삼성차가 해외 매각의 기로에 서는 등 한국 자동차산업은 흔들리고 있다. 아무쪼록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 새 천년에도 한국 자동차산업이 튼튼히 성장해나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전영선.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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