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선정 국외 10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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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 '불타버린 코소보' … 나토 78일간 공습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3월24일 유고공습을 전격 단행했다.코소보에서 벌어진 알바니아계에 대한 세르비아계의 조직적 인공청소를 막는다는 명분이었다.

'첨단무기의 경연장'이 됐던 공습은 78시간이나 계속됐다.

결국 6월9일 유고의 밀로셰비치 대통령은 백기를 들고 코소보에서 연방군을 철수하기 시작했다.유고는 국가 주요 시설이 초토화됐고 1만5천여며의 사상자를 냈다.

코소보에서도 1백만명이상의 난민이 생겼다.나토가 '인권'을 내세워 군사개입한 최초의 사례로 꼽힌 이 전쟁은 '인권이 주권에 우선한다"는 신국제주의 개념을 등장시켰다. 미국이 주도한 이 전쟁에 러시아와 중국이 크게 반발, '신냉전'우려까지 낳았다. 결국 중국대사관 오폭사건으로 미.중간 긴장이 빚어지기도 했다.

◇ 하나의 유럽 단일통화 '유로' 출범

'하나의 유럽' 을 앞당기는 촉매제인 유로가 1월 1일 유럽 11개국의 단일통화로 공식 출범했다.

영국.스웨덴 등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기존 복지정책의 붕괴 등을 이유로 유로를 반대하고 있다.

당초 1.18달러로 출발했던 유로는 최근 들어 한때 유로당 1달러 이하까지 떨어지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럽경제의 회복세를 뛰어넘는 정도로 미국의 경제가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 2억9천만명에 전세계 경제의 19%를 차지하는 유로권(圈)은 환율변동에 따른 '환 리스크' 가 사라짐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에 가득차 있다. 현재 자국통화와 유로를 같이 쓰고 있는 유로권 국가들은 2002년 3월부터 유로화만 사용할 계획이다.

◇ 세계인구 60억 돌파…40년만에 두배

10월 12일 0시1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사라예보 코세보 병원에서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바로 60억명 째 지구촌 인구였다.

60억명 째 인류가 언제 어디서 태어날 지는 누구도 파악할 수 없는 일. 때문에 유엔은 오래 전부터 10월 12일을 세계인구 60억명 돌파의 날로, 장소는 보스니아 지역으로 지정했다. 60년에 30억명이었으니 40년만에 두배로 불어난 셈이다. 평균수명을 늘리고 유아사망률을 낮춘 인류문명의 개가가 분명하지만 인류의 장래를 위협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세계인구는 2050년 1백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인류의 공동과제로 접근하지 않는 한 급격한 인구증가는 기아.질병.빈곤.실업.환경오염.범죄 등 인류의 당면 문제를 한층 격화시킬 것이다.

◇ 인도네시아 정권교체 동티모르 독립승인

인도네시아는 10월 19일 동티모르의 독립을 공식 승인했다. 20여년 동안 20여만명의 희생자를 낸 동티모르 주민들의 독립 투쟁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이에 앞서 동티모르 주민들은 8월 30일 유엔의 감독아래 주민투표를 실시해 78.5%의 압도적인 지지로 독립안을 가결시켰다. 그러나 투표후에도 독립반대파 민병대의 보복 테러가 계속돼 호주 주도의 다국적군이 긴급 투입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의회는 10월 20일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인 압두라만 와히드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를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선출했다. 국민들은 36년에 걸친 골카르당의 독재통치가 막을 내리는 것을 지켜보면서 '민주주의의 승리' 를 환호했다.

◇ 중국 WTO 가입 막판 극적 합의

중국은 11월 15일 미국과 국제무역기구(WTO) 가입협상을 매듭지었다. 이로써 전세계 인구의 5분의1을 차지하며 세계 10대 무역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이 세계 경제질서 속으로 들어오게 됐다. 86년 WTO의 전신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가입의사를 천명한 지 13년 만의 일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89년에는 천안문사건으로 7개월간 협상이 중단됐다.협상 막바지였던 11월 11일까지도 중.미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아 결렬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11월 30일 시애틀 각료회의 이전에는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양측은 극적인 합의를 일궈냈다.

이로써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화교권 경제는 엄청난 활기를 얻게 됐고 세계경제 또한 중국의 개방으로 광대한 시장을 얻게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 터키.대만에 강진 수만명 희생

지구촌 대형 재해는 올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8월 터키 대지진과 9월의 대만 강진은 각각 1만8천여명, 4천여명의 희생자를 냈다.

게다가 잇따른 여진으로 피해규모가 더욱 늘어났다. 이달 15일 발생한 베네수엘라 대홍수로 인한 희생자도 5만명에 이르렀다. 지난 2월 유럽에서는 알프스산맥 일대에 50년만에 최대 폭설이 내려 주민 10만여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미국과 인도는 토네이도.사이클론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들 재해국에서는 환경파괴와 부실공사에 대한 책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재해 때마다 세계 각국에서 따뜻한 구호의 손길이 이어져 상처를 보듬었다.

수백년간 앙숙관계였던 터키와 그리스는 지진을 계기로 구원(舊怨)을 풀고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 미 호황 지속 세계경제 견인

올해는 세계 경제위기가 가라앉고 재상승 국면으로 전환한 한 해였다. 식을 줄 모르는 미국의 호황과 아시아 국가의 경기회복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미 다우지수는 1만 포인트를 돌파했고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거의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실업률과 경기침체에 시달리던 유럽은 올해 3%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영국과 프랑스의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고 거품이 빠진뒤 장기침체의 늪에 빠졌던 일본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태국.말레이시아 등 금융위기에 휩싸였던 아시아 국가들은 성공적인 구조조정과 미 경제 호조에 힘입어 증시가 급등하고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등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벗어났다.

◇ 밀레니엄 행사 봇물…Y2K 비상

올해 내내 지구촌은 새 천년을 맞는 열기로 뜨거웠다. 세 각국에서 온갖 밀레니엄 행사가 연중 계속됐다. 세계경제 호조와 함께 찾아온 새 천년 맞이에 전 인류가 열광하고 있다.

샴페인과 폭죽 등 축제용품도 이미 동이 났다. 시간대별로 지구를 한바퀴 돌며 맞게될 12월 31일 자정, 행사는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랄까. 새 천년의 반갑지 않은 손님, 바로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 오류)문제가 찾아온 것이다.

서구의 여러 선진국가들은 몇년전부터 막대한 예산을 들여 Y2K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중국.동유럽 등 일부 국가들은 나몰라라여서 새 천년 벽두에 자칫 대재앙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 제2 러시아-체첸전…20만 난민 발생

러시아에서는 올 하반기 내내 전쟁의 폭발음과 피비린내가 끊이지 않았다.

94~96년 제1차 체첸전에 이어 지난 8월초 체첸 이슬람 반군의 다게스탄 침범으로 촉발된 제2차 체첸전은 수천명의 사상자와 20여만명의 난민을 발생시켰다.

현재 러시아군은 체첸 수도 그로즈니 점령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특히 9월초 모스크바 등에서 체첸 반군의 소행으로 보이는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 2백80여명이 사망하자 러시아 여론도 정부의 대(對)체첸 강경노선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

이는 12월 총선에서 친(親)크렘린계 정당의 승리로 나타났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내년 6월에 실시될 대선을 겨냥, 체첸에 초강수를 둔다는 비난도 있다.

◇ 쿠르드족 지도자 오잘란 사형선고

쿠르드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이 2월 15일 아프리카 케냐에서 터키 특공대에 체포되자 쿠르드족은 물론 세계가 들끓었다. 특히 세계 각국에 있는 쿠르드족의 거센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반군 지도부는 오잘란을 살려내기 위해 무장독립투쟁의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11월 25일 터키 항소법원은 오잘란에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제사회의 사형집행 중지 요구 속에서 터키 정부는 오잘란을 처형하지 않는 대가로 EU가입 허가를 얻어내는 거래의 성사를 희망하고 있다.

술레이만 데미렐 터키 대통령은 "오잘란을 사형시킬지 여부는 조심스럽게 논의돼야 하며 터키에 최대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돼야 한다" 고 언급, 오잘란의 사형은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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