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위군ㆍ실습간호생 '신종플루 사연' 절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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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중앙DB]

“여기저기서 ‘콜록콜록’하는데 질병 창궐 시기에 민방위 소집이 말이 되나.” “실습간호생은 의료진이 아니라면서 백신 접종을 안해줘요. 우리도 환자와 함께 지내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게시판에 구구절절한 ‘신종플루 사각지대’ 사연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예상치못한 곳에서 의외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다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정부가 3일 신종플루에 대한 국가전염병재난단계를 ‘심각(Red)’으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일부 네티즌의 고민은 해결됐다. 네티즌들이 호소한 사연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네티즌 ‘해피데이’는 지난 1일 한 토론방 게시판에 ‘기가 찬 민방위 교육’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사연은 이랬다.

“민방위훈련 2차 소집까지 신종플루로 인한 걱정으로 참석을 하지 않았다. 3차까지 안나오면 벌금이 나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그런데 그곳엔 기침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도대체 질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민방위 소집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동사무소 문화활동에 대해 홍보를 하려고 한 건지, 아니면 이렇게 모아놔도 신종플루는 안걸린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건지. 아, 신종플루 대처법은 알려주더라. ‘알아서 손씻고 청결히’.”

국가전염병위기단계가 ‘심각’으로 넘어감에 따라 전국 민방위 교육훈련이 유예된다. 행안부 소방방재청은 민방위 교육이 종료되는 11월 말까지 심각 단계가 지속되면 관계법령에 의해 훈련대상자 65만여 명의 교육은 면제처리돼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네티즌 ‘최고의Nurse’가 지난 2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간호 학생들은 누가 보호해 줍니까’라는 글을 올렸다. ‘병원에서 간호학 실습을 하고 있는 21살 학생’이라고 밝힌 그의 사연은 이랬다.

“실습을 하고 있는 병원에서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3명이 발생했다. 하루에도 몇십 명씩 의심환자가 병원을 방문한다. 의료진은 백신 접종을 한다. 신종플루에 걸려도 병원에서 타미플루를 무상으로 받는다고 한다. 우리 같은 실습학생은 어떤 조치도 못받고 있다. 학교에선 ‘알아서 조심하라’, 병원에선 ‘너희는 의료진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지만 우리도 의료진처럼 병원에서 8~9시간동안 일하고 환자들과 접촉한다. 물론 배우기 위해 병원에 가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댓글에는 “누구나 먼저 백신을 맞고 싶어한다. 본인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씻기에 부족함 없어야 하겠다”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예비 의료인도 당연히 백신을 접종해줘야 한다. 실습하다 감염되면 나머지 사람들이 더 위험해진다” “이상한 징후가 있을 땐 병원 측에 말해 우선순위로 타미플루를 달라고 해야 한다” 등의 의견들도 볼 수 있었다.

종로구에 위치한 한 약국의 약사 A씨는 지난달 말 만난 기자에게 “신종플루 감염을 막기 위해 거짓말을 했었다”고 털어놨다. “거점약국 약사는 백신 접종 1순위라고 했다. 하지만 동네약국 약사의 순서는 뒤로 밀렸다. 타미플루를 판매할 수 있었지만 ‘치료제 판매처’라는 소문이 나면 확진환자들이 몰려들 것 같아 아예 ‘우리는 약이 없다’고 말했다.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할 수 없지 않은가.”

전국 약사들의 신종플루 백신의 우선 접종 방침이 3일 확정됐다. 그러나 정부는 신종플루 백신 접종의 대상자를 약국에 근무하는 모든 자가 아니라 대표약사, 관리약사 등 약사로만 한정해 전산원이나 종업원은 접종 대상에서 제외해 약국 종사자의 감염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날 교육과학기술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때 감염 학생 시험실에 들어가는 감독관에게 즉시 신종플루 예방접종을 하기로 보건복지가족부와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교사의 ‘감독관 참여가 꺼려진다’는 분위기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2일까지만 해도 여러 사이트 게시판에는 “고3에겐 수능이 일생 일대의 중요한 일이겠지만 감염 학생을 밀폐된 공간에 모아두는데 그 곳에서 감독을 하고싶진 않다” “건강한 교사를 차출한다고 하던데 아픈척이라도 해야 하나” “이미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나은 교사 위주로 뽑아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다수였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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