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장난으로 생각 … 배고파 꽃다발 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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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무장괴한)은 우리에게 얼굴을 바닥에 대고 엎드리라고 명령했다. 곧 폭발음과 총성이 들려왔고 한차례 더 폭발음이 들리면서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체육관 곳곳에 찢겨져 나간 팔과 다리가 널려 있었다."당시 학교 안에 인질로 잡혀 있던 디아나 가치노바(14)는 '악몽의 52시간'을 이즈베스티야지에 이렇게 증언했다.

무장괴한들은 개학식에 참석한 학부모와 학생 등 1000여명을 체육관 안으로 한꺼번에 밀어넣었다. 이들은 인질들에게 두 손을 머리에 얹은 뒤 쪼그려 앉으라고 명령했다. 에마 가기예바(13)는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처음에는 장난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들이 곧 총을 난사하고 몇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보자 이것이 현실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질범들은 이어 외부와의 유일한 통신 수단인 휴대전화를 빼앗은 뒤 바닥에 던져 박살냈다. AP통신은 "괴한들은 '휴대전화를 숨긴 게 발각될 경우 그 사람 주변에 있는 20명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일부 학생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학교에 가져왔던 꽃다발을 뜯어먹기도 했다"며 약간의 물을 빼고는 일절 식료품이 제공되지 않았던 상황을 전했다. 또 허리에 폭탄을 두른 이른바 '자살폭탄조'가 체육관 안을 돌아다니며 극심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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