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화물기 또 추락…런던인근서 승무원 4명 모두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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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그레이트 핼링베리(영국)〓배명복 특파원, 김태진 기자]영국 런던을 출발, 이탈리아 밀라노로 향하던 대한항공 보잉 747 화물 수송기가 22일 오후 6시4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3시40분) 런던 북쪽 스텐스테드 공항을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사고로 기장 박득규(朴得圭.57).부기장 윤기식(尹基植.35).항공기관사 박훈규(朴薰圭.38).정비사 金일석(45)씨 등 한국인 승무원 4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기는 서울을 떠나 타슈켄트를 거쳐 영국에 도착한 뒤 밀라노를 경유해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 사고 경위〓주영(駐英) 한국 대사관의 진기문 영사는 61t의 화물을 실은 사고기가 이륙한 지 2분 만에 고도 1천4백피트 상공에서 갑자기 기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활주로 끝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인근 숲지대에 추락했다고 전했다.

사고기 추락 당시 큰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공중폭발이었는지, 지상 추락에 따른 충격 폭발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영국 방송들은 사고기가 추락하면서 파편이 비오듯 쏟아졌으며 인근 주택가에도 떨어졌으나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큰 폭발음과 함께 집 전체가 흔들렸고 하늘이 온통 환해졌으며 주변 도로에 불붙은 잔해들이 많이 떨어졌다" 고 설명했다.

영국 방송들은 항공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기체 결함이나 조종사 실수 외에 인화성 적재물에 의한 폭발, 테러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사고기의 비행기록장치 중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를 현장에서 회수했으며 비행기록장치(FD

R)도 곧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사고조사반 파견〓건설교통부는 이날 오후 서울지방항공청 유병설 서기관을 반장으로 5명의 사고조사반을 구성, 대한항공 905편으로 현지에 급파했다.

대한항공도 화물본부 이원영(李元永)전무를 반장으로 30명의 사고대책반을 파견했다.

사고 원인조사는 영국과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한국이 합동으로 벌이게 된다.

◇ 대한항공 제재〓건설교통부는 대한항공에 대해 6개월 동안 노선 배분을 제한, 괌사고에 따른 제재 1년에 6개월을 추가해 2001년 5월까지 제재기간을 연장했다.

건교부는 또 대한항공측의 과실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나면 노선폐쇄.사업정지 등 중징계키로 했으며, 이달중 조종사 교육과 정비분야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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