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귀 먹은' 젊은이 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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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청력을 지키기 위해선 평상시 소음에서 귀를 보호하고 청력 이상이 의심될 땐 즉시 검사받은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가 삼출성 중이염이 의심되는 환자의 귀를 진찰하고 있다.

9월 9일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이사장 고려대 의대 황순재 교수)가 정한 제4회 귀의 날이다. 학회가 나서 귀의 날을 정한 것은 관심과 배려가 없어 '소리의 세계'를 잃는 청각장애자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건강한 청력 장애를 막기 위해 시기별 위험 요인과 대처 방법을 알아본다.

◆신생아기 청력 검사를=신생아 200명 중 1명은 청력에 이상이 있다. 따라서 귀 건강을 위해선 신생아 때 청력검사를 받는 게 좋다. 경희대 의대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는 "선천성 청력 장애 환자라 하더라도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청력을 상당히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력 고위험군 신생아는 반드시 청력검사를 받으라는 것.

▶가족 중 청력 장애가 있는 아이 ▶1500g 이하로 태어난 아이 ▶어머니가 임신 중 풍진 같은 감염병에 걸린 경우 ▶저산소증에 빠질 정도의 심한 난산 ▶출생 후 심한 황달로 교환 수혈 받은 아이 ▶얼굴.머리 부위의 기형아 ▶출생 직후 뇌막염을 앓은 아이 등 청신경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가 고위험군에 포함된다.

일단 청력 장애가 있다고 진단되면 즉시 보청기 등의 도움을 받아 소리에 대한 음감을 익히고, 18개월께 인공와우이식술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중이염 완치가 중요=어린이가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는 가장 큰 원인은 중이염이다. 어린이는 이관(耳管)이 어른보다 짧고 넓은 데다 직선이라 코.목의 분비물이 중이로 들어와 쉽게 중이염을 일으키기 때문. 연세대 의대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는 "열이 나면서 통증을 호소하는 급성 중이염을 앓을 땐 병원으로 달려오지만 청력만 떨어지고 별다른 증상이 없는 삼출성 중이염 때는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려줬다.

따라서 아이가 ^TV를 크게 틀거나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자꾸 되묻고 ^묻는 말에 큰 소리로 대답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할 때는 반드시 귀 이상을 점검해야 한다.

유 교수는 "청력 이상으로 발음이 부정확한데도 언어치료부터 받다 청력 회복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청소년 이후엔 소음 피해야=카세트.MP3.CD 플레이어 등의 보급으로 청소년기부터 난청에 시달리는 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정종우 교수는 "특히 시끄러운 길가나 전철 안 등에서 볼륨을 높여 듣게 되면 소음성 난청이 발병한다"고 지적했다. 시끄러운 환경에 음악이란 또 다른 소리가 더해져 청각신경을 극도로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악 감상은 가급적 조용한 장소에서 즐기는 게 원칙이다. 굳이 소음 속에서 음악을 들어야 할 땐 귀걸이형 이어폰 대신 외부 소음을 차단하는 헤드폰을 착용한다.

정 교수는 "헤비 메탈처럼 요란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시간 들은 뒤 적어도 10분은 조용한 장소에서 청각세포가 휴식을 취하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상시 소음을 차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공사장,경적이 울릴 때, 지하철 진입 등 소음이 예상되는 상황에선 즉시 귀를 막아줘야 한다. 운전할 때도 창문을 닫아 소음을 차단하는 게 좋다. 직업상 소음을 접해야 할 경우엔 일터에서 귀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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