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유도' 어찌될까] '한사건 두검찰'…법원도 곤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검찰이 지난 17일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특별검사의 수사결과를 인계받아 보강수사 없이 강희복(姜熙復)전 조폐공사 사장을 기소함으로써 '한 사건 두 검찰' 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검찰은 정반대 내용을 담은 두 공소장을 토대로 공소유지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검사 동일체' 원칙이 흔들리게 됐으며, 법원도 검찰.특검 가운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처지라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6월 파업유도 의혹 사건을 진형구(秦炯九)전 대검 공안부장의 1인극으로 결론짓고 秦전부장을 구속기소하는 한편 姜전사장은 무혐의처리했다.

하지만 특검은 조폐창 통폐합은 姜전사장의 독단적 결정이었으며,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개입한 인물은 없다고 밝혔다.

만약 법원이 특검의 손을 들어줄 경우 자연히 秦전부장의 개입은 없었거나 미약한 것으로 결론내려져 秦전부장의 경우 '무죄'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검찰의 공소사실이 그대로 인정된다면 2개월이란 기간을 거쳐 내린 특검의 결론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버린다.

비록 주요 등장인물은 같지만 정반대의 양상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검찰.특검 어느 한쪽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현재 가장 난감한 처지에 놓인 쪽은 검찰이다.

검찰은 특검의 수사자료 인계를 거부하다 결국 姜전사장에 대한 공소유지를 서울지검 이석수(李碩洙)공판검사에게 맡기는 한편 秦전부장의 공소유지는 그대로 이귀남(李貴男)특수3부장이 담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李검사는 검찰이 무혐의처리했던 姜전사장에 대해 유죄 입증을 해야 하며, 李부장은 특검이 사실상 무혐의처분한 秦전부장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대해 검찰 주변에선 검찰이 특수부장이 맡은 사건에 대항해 특별한 법적 판단 없이 공판검사에게 사건을 맡긴 만큼 공소유지 의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을 직접 마무리져야 하는 법원의 입장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국민적 의혹이 쏠린 사건에서 민감한 상반된 결론을 내린 검찰과 특검 가운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파업유도 사건이나 옷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결과를 재판해본 경험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두 사건 모두 검찰 수사결과와 크게 달라 재판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법원은 재판 진행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특검법에 특별검사 수사사건을 합의사건으로 규정해 놓은 만큼 姜전사장 사건을 20일 중 형사합의부 3곳 가운데 한곳에 배당할 예정이다.

현재 형사단독 재정합의부에 사건이 배당된 秦전부장 사건과의 병합 여부 등은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