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방학이 겁나요"…맞벌이 자녀들 '안쉬는'학원으로 옮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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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구지역 사립유치원들이 겨울나기에 큰 애를 먹고 있다.

1백86곳에 이르는 대구시내 사립유치원(공립은 73곳)들은 최근 유치원에 따라 많게는 40% 가까이 원아가 줄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구시 남구 S유치원은 지난 3월 1백50여명이 입학했는데 이번달에 30% 정도인 40여명이 무더기로 유치원을 그만두었다.

시설이 좋다는 달서구 P유치원도 2백30여명이 입학했으나 현재 남아있는 아이는 2백여명.

P유치원 李모 원장은 "이곳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는데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아 그나마 적게 빠져 나간 편" 이라며 "많은 수가 그만두는 소규모 유치원들은 원장 호주머니에서 교사 월급을 줘야할 판" 이라며 걱정했다.

동구 H유치원 관계자는 "엄청나게 줄었는데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평소 오후 3~4시까지 아이를 돌봐주던 유치원이 방학중 휴원으로 아이를 맡을 수 없게 된 것이 제일 큰 이유다.

맞벌이를 하는 朴모(34.여.대구 달서구 송현동)씨는 "방학중 아이를 집에 혼자 두어야할 판" 이라며 이달부터 딸아이(4)의 유치원을 그만두고 학원에 보내고 있다.

또 마지막 분기인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절반을 쉬면서 수업료(11만여원)만큼은 다른 분기와 같이 내는 점도 이유가 되고 있다.

이 기간중 수업료 낼 돈으로 학원에나 보내겠다는 생각들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경우 유치원교육과정에는 없는 한글 등 문자교육을 위해서도 학원으로 빠져나간다.

이에 따라 유치원들은 그만두는 아이 부모들의 옷소매를 잡느라 부심한다.

방학중 휴원하라는 시교육청의 지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유치원들이 각종 특강을 마련하고 있다.

주로 음악.미술 등 예체능 관련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학습지교육을 하기도 한다.

수성구 B유치원 관계자는 "방학중 쉰다고 하면 부모들이 그만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고 토로했다.

유치원 관계자들은 "1년 단위의 유치원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지 않고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비교육적" 이라며 "맞벌이 부부 증가로 유치원 운영시간이 오전에서 오후로 길어지는데 그치지 않고 이제는 방학도 없어지게 됐다" 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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