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헌법 제대로 한번 보셨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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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전성시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는 물론 양심적 병역거부, 국가보안법 논란 등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주요 이슈의 시작과 끝에는 항상 헌법이 있었다. 누구나 헌법과 법치주의를 말하지만 실제 내용은 모두 제각각 다르고, 이 때문에 논의는 혼란스럽고 소모적인 형태로 진행된다. 헌법과 법치주의의 핵심이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 있다고 보면 이런 아이러니도 없다.

헌법학자인 정종섭(서울대·법학·사진) 교수는 이 와중에 연이어 헌법 관련 대중서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진작가 김중만씨와 함께 작업한 『대한민국 헌법을 읽자!』를 내더니 얼마 전에는 시사만화가 조태호씨와 함께 만화 형식의 『정종섭 교수와 함께 보는 대한민국 헌법』(일빛)을 출간했다. 논문과 전문서적에만 집중했던 그가 이처럼 다양한 ‘변주곡’을 연주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우리 국민 중 헌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일반인은 물론 대학교수 등 지식인조차 헌법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러 법 중 하나일 뿐이라든가, 법과대학에서 배우는 한 과목일 뿐이라는 생각이죠. 좋은 말만 늘어놓았을 뿐 실생활과는 관계없다는 편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은 국가는 물론 개인의 삶과 좌표를 담고 있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약속입니다. 알고보면 헌법만큼 진지하면서 재미있는 것도 없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도입으로 헌법은 단순한 최상위 규범이 아닌 실질적인 행위준칙으로 살아움직이게 됐다. 이때문에 헌법에 대한 오해가 빚어내는 폐해도 크다.

최근 문제가 된 양심적 병역거부가 대표적이다.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은 글자 그대로의 ‘선량한 마음’과는 다른 개념인데 이를 긍정적인 뉘앙스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혼란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이 문제입니다. 행정학자·정치학자·경제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면 각자 자기 입장에서만 말해 도무지 진전이 안 됩니다.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인 기초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헌법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개혁이 항상 방법론에서 실패하는 것도 결국 이 때문입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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