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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의 어린이 진료실] 거품 물고 경련 일으킨 아이 간질 발작인 경우 거의 없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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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아기 엄마가 다급하게 소아과 외래 진료실에 뛰어들어온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아기를 안고 대기순서도 아랑곳 없이 울며 달려왔을까. 아기는 온몸을 떨거나 뻣뻣해져 있고, 눈이 위로 돌아가고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다. 어떤 아기는 오는 동안 잠을 자는 듯 축 늘어져 있기도 하다.

아기가 경련을 하면 엄마는 너무 놀라 공포에 빠진다. 이런 증상을 처음 경험하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갑자기 고열이 나타나면서 생기는 열성 경련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치료법이 보호자를 안심시키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위험한 증상이 아니다.

열성 경련은 주로 6개월에서 5세 사이의 소아에게 나타난다. 뇌의 염증이나 뇌막염 같은 명백한 신경계 질환과는 관련 없이 발생한다. 5세 이하에서 3∼4% 발생할 정도로 흔하고, 유전적 경향도 있다. 부모의 25∼40%가 어렸을 때 열성 경련을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대개 짧은 시간에 섭씨 39도 가까이 체온이 올라갈 때 일어난다.

열성 경련을 유발하는 질환은 약 70%가 상기도 감염에서 비롯된다. 원인 질환은 편도염·인후염·중이염이 대부분이고, 그 밖에 위장관염 돌발진도 원인이 될 수 있다. 5세 이후에는 대부분 경련이 소실된다. 간질로 이행하는 경우도 극히 적다.

발작 양상은 다양하다. 전신 경련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의식을 잃고 눈을 홉뜬다. 또 이를 악물고 입에서 거품이 나며 호흡이 곤란해진다. 안색은 창백해지며 입술이 파래질 수 있다. 이럴 때 부모는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입안의 내용물로 기도가 막히지 않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옷을 느슨히 풀어주고, 체온을 낮추도록 하면서 응급치료를 받도록 한다. 경련이 끝난 뒤에는 얼마 동안 깊이 잔다. 이때 부모는 아기를 집에서 관찰만 하지 말고 의사에게 진찰을 받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경련도 있다. 경련이 15분 이상 계속 되거나, 경련이 멈췄다가 하루 안에 다시 시작하고, 한쪽 팔이나 다리에만 이상한 움직임을 보일 때다. 이를 복합 열성 경련이라 부르는데 간질과 같이 뇌의 문제를 의심해야 한다. 이럴 때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심한 형태인 복합 열성 경련이 나타났거나 신경학적 발달이상이 있으면 더 정밀한 검사와 항경련제의 투여가 필요하다. 또 생후 6개월 이내에 경련이 있거나 열이 없이 발작이 생기는 경우, 또 여섯 달 이내에 세 번 이상 발작을 보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권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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