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해 증폭" 진화에 온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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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한 원자력연구소에서 시행된 우라늄 분리실험에 대해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 오준 국장(왼쪽에서 둘째)이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브리핑을 갖기 직전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연합]

3일 외교부와 과기부 내 원자력 담당부서의 출입문은 하루종일 굳게 닫혀 있었다. 국내 일부 과학자들이 2000년 우라늄 농축실험을 한 데 따른 파장이 예상 외로 거세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응책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사실 별 문제가 없는데 워낙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불필요한 오해가 증폭되고 있다"며 "부처별로 적극 진화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안전조치 위반 아니다"=정부는 무엇보다 "이번 실험은 결코 위법 사항이 아니다"는 점을 인식시키려 애썼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느 국가나 핵 관련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게 돼있으며 이번 실험도 일회성 연구목적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을 결코 위반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IAEA의 어느 규정에도 평화적 핵 농축 또는 우라늄 추출행위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우리 정부는 이번 건을 그다지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IAEA 규정을 비롯해 어느 국제법에 비춰봐도 전혀 거리낄 게 없다는 주장이다.

◆IAEA 보고서가 관건=문제는 IAEA의 '힘'이 워낙 막강하다는 데 있다. 우리 정부가 성실신고를 했고, 문제가 안 된다고 해도 IAEA가 위반판정을 내리면 도리가 없다. IAEA 규정에 따르면 '의미있는 핵물질'을 다루는 것이었다면 추가의정서 비준 이전이라도 신고하게 돼있다. 그런데 IAEA가 우라늄 0.2g에 대해 의미있는 핵물질로 결론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IAEA가 위반 판정을 내리면 IAEA 총회 보고 뒤 유엔 안보리에도 통보한다. 그러면 안보리는 상응하는 제재조치를 취하게 된다. 실제 제재의 내용이 구두경고에 그쳐도 국제적 신뢰도는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20~24일 열리는 IAEA 총회에서는 이번 실험 건이 다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총회 개최 직전인 13~16일 열리는 IAEA 이사회에서 먼저 이를 다루는데, 이 자리에서는 사찰결과에 대한 간략한 구두보고만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한 반응에 촉각=또 다른 걱정거리는 북측의 대응이다. 지난 2년간 고농축우라늄(HEU)핵개발 프로그램 보유 여부를 놓고 한국.미국 등 국제사회의 강한 압박을 받아온 터여서 이번 사건을 역공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위반했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도 "북한은 이번 사건을 핵문제에 대한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북측의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강정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는 북한과는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있고 IAEA의 사찰을 받고 있는 만큼 북측에 당당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영종.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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