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의 대곡 '너와 나의 노래' …본지 최초 입수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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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신중현 필생의 대곡 '너와 나의 노래' 가 최초 입수됐다. 러닝타임 15분에 달하는 이 노래는 '아름다운 강산' 의 연장이면서 거기에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과제를 담아낸 차원 높은 노래다.

다소 밋밋하지만 달관의 경지가 느껴지는 신중현의 보컬아래 그의 제자들인 수원여대 음악 학도들의 낭랑한 코러스로 전개된다. '아름다운 강산' 못지않은 맛갈난 멜로디가 강점이며, 도포자락 펄럭이듯 거침없고 표표한 기타연주가 '한국 록' 맛을 확실히 보여준다.(신중현 팬이라면 이 기타연주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울 곡이다) 이와함께 장중한 프로그레시브풍 편곡이 대곡의 무게를 살린다. 신중현 노래로는 처음으로 랩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벌거숭이 아이와 마음씨 좋은 노인이 어울려 춤추는 한마당같다. 자식뻘 래퍼가 신중현의 기타연주를 고무줄 삼아 통통 튀며 외쳐댄다. "빨간 햇님 만나고/하얀 반달배 타고/하얀 빗방울 뿌려/예쁜 무지개 다리 놓자…"

2천여 단어에 달하는 방대한 가사에는 한국 현대사를 가로지른 절망과 희망, 좌절과 재기의 순간들이 담겼다. 그러나 노래의 메시지는 첫 문장에 다 들어있다. "나는 너를 보고/너는 나를 보고/서로 보는 그 만남에 기쁨이 있네" 결국은 너와 나의 맞잡은 손에 남과 북은 물론 온 우주의 화합 묘법이 숨어있다는 것이다.

전반 5분여 동안 나지막하게 포크풍으로 흐르던 음악은 중간부 강한 오르간 파열음과 함께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다. 신비로운 현악반주와 고동치는 드러밍 아래 "우리는 지금 모든 것을 잃어가고있어" 란 어린이들의 절규가 반복해 들린다. "우린 교육이 필요없어!" 를 부르짖는 핑크 플로이드의 '어나더 브릭 인 더 월' 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신중현은 그 바로뒤에 누구나 콧노래로 흥얼거릴만한 민요풍 후렴구 "세세세 만만세 우리나라 만만세" 를 붙여놓음으로써 이' 프로그레시브한 대' 노래가 근본적으로 희망의 노래이며 한국 록의 직계 혈통임을 확인시킨다.

일본인 평론가 미야고시 히로키는 이 노래를 듣고 "신중현은 마치 계속해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같다" 며 "한국 대중음악 세계에서 이토록 농후하고 압축되고 끊기지않는 공기가 흐르고있다는 것이 부럽다" 고 평했다. 이 노래는 29일 오후3시.8시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신중현 콘서트에서 초연된다. 02-585-2396.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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