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추·짱구등 만화영화 캐릭터들 화면밖 화려한 외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올 겨울 만화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TV와 스크린을 뛰쳐 나와 대전쟁을 펼친다. 주인공들은 SBS에서 방송 중인 일본 만화영화 '포켓 몬스터' (포케몽)의 피카추와 '짱구는 못 말려' 의 짱구, 18일 개봉하는 미국 영화 '토이스토리 2' 의 우디, KBS2가 방영 중인 국산만화 '마일로의 대모험' 의 마일로 등. 그렇다고 만화 주인공들이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등 대목을 앞두고 이 주인공들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상품들이 어린이를 비롯한 소비자들을 유혹하려고 서로 다투고 있는 것.

선두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포케몽. 현재 국내에서만 50여개 업체가 2백여 종의 상품을 만들고 있다. 문구.완구류에서 핸드폰 걸이 등 액세서리, 의류, 소시지.빵 같은 식품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포케몽 관련 상품의 국내 매출액은 1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포케몽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캐릭터로는 상품화가 진행되고 있는 짱구와 토이스토리가 꼽힌다.

짱구는 특유의 짙은 눈썹과 통통한 볼로 아동들에게 친근할 뿐 아니라 성인 여성에게도 각광받는다. 토이스토리의 경우 디지털 캐릭터임에도 장난감의 이미지가 강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국산 캐릭터인 마일로도 이번 달 중순부터 캐릭터 상품을 대거 출시, 전장에 본격 뛰어든다. 마일로는 최근 '벅스 라이프' '개미' 등으로 각광받는 곤충의 이미지여서 어린이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심을 수 있다.

이외에도 말랑말랑한 젤리의 느낌을 주는 SBS '춤추는 젤라비' 나 귀여운 장난감 분위기인 MBC '꼬마친구 노디' , 자동차를 의인화한 MBC 국산 만화 '붐이 담이 부릉부릉' 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릭터 성공의 관건은 역시 인지도. 포케몽의 인기 뒤에는 2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이 있다. 포케몽은 빠른 화면 전개와 일본에서 '집단 광(光)발작' 을 일으켰던 섬광의 사용 등으로 어린이들의 시선을 붙잡아두고 있다.

캐릭터의 수가 1백51개나 돼 무궁무진한 흥미를 준다는 점도 있다. 또 원작이 게임인 탓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쉴새 없이 대결을 펼쳐 긴장감을 준다. 어린이의 취향을 고려, 액션.경쟁심.정의감 등을 강조한 제작사 쇼각칸(小學館)의 과학적 마케팅의 결과다.

교육적 효과도 중요하다. 부모가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부모의 마음에 들어야 캐릭터도 성공할 수 있다. 항상 가족애.우정 등의 가치를 내세우는 디즈니의 캐릭터가 잘 먹히는 데는 이들 애니메이션이 교훈적이라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 하나는 캐릭터의 생명력이다. 짱구의 캐릭터 사업을 하고 있는 금강기획 박기종 부장은 "캐릭터에는 생명이 있다" 고 주장한다. "쉽게 싫증을 내는 어린이의 특성을 고려, 다양한 변화를 줘야 캐릭터가 죽지 않는다" 는 것. 또 캐릭터와 자동 합성되는 기능을 가진 일회용 카메라 등 기능성이 뛰어난 상품을 개발해야 시장에서 오랫동안 각광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캐릭터가 아무리 좋아도 품질이 나쁜 상품을 낸다면 캐릭터도 빛을 잃는다는 얘기다.

미국의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가 올해 '스타워즈' 를 개봉하기 전에 캐릭터 관련 수입만으로 2억 달러를 챙겼다거나 포켓몬스터와 연관된 산업이 지난해 일본 경제에 6~7%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캐릭터 산업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캐릭터 시장 규모도 점점 커져 올해 2조원, 2001년에는 5조원 정도로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한국의 캐릭터 개발 능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 현재 한국에서 팔려나가는 캐릭터는 90~95%가 미국.일본 등 해외에서 건너온 것이다.

'바이오캅 윙고' '녹색전차 해모수' 등 수많은 캐릭터가 만들어졌지만 그 중 성공을 거둔 것은 '아기 공룡 둘리' 가 고작이다.

계원 조형예술대의 채윤경 교수는 "우리도 과학적 시스템을 갖춰 디자인 단계부터 캐릭터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고 설명한다.

문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