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100일 맞은 지하철 9호선 … “출퇴근 빨라졌지만 배차 간격 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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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9일 오전 9시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승강장이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9호선은 31일로 개통 100일을 맞는다. [강정현 기자]


29일 오전 8시30분 서울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5호선과 9호선의 환승역이자 9호선 급행열차 정거장인 이곳은 여느 지하철역의 출근시간과 다를 바 없이 혼잡하다. 신논현행 급행열차가 도착하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간다. 개화역에서부터 타고 온 승객까지 합쳐져 만원이다. 여의도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9호선을 이용하는 양경민(38·회사원)씨는 “급행열차 이용자가 많은데 배차 간격이 20분이어서 불편하다”며 “차량 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7월 24일 개통해 이달 말 개통 100일을 맞는 지하철 9호선의 아침 풍경이다. 한강 이남을 동서로 관통하면서 여의도와 강남의 업무지구를 연계해 ‘황금노선’ 별칭을 얻었다. 김포공항역에서 신논현역까지 급행열차를 이용하면 30분 만에 갈 수 있다. 9호선은 여러 가지를 바꿔놓았다.

여의도에 직장이 있는 김태우(26)씨는 사평역에서 출퇴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됐다. 뚝섬 유원지 근처에 사는 조장미(20·회사원)씨는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군자역에서 5호선으로 환승해 여의도로 출근했으나 지금은 고속버스터미널에서 9호선 급행열차를 이용한다. 조씨도 출근 시간이 20분가량 단축됐다.

9호선 덕을 본 곳은 또 있다. 9호선과 환승할 수 있는 공항철도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7~10월의 이용객이 1만9000명이었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에 2만2000명으로 늘었다. 경기침체로 주춤했던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띠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 1번지’가 개통 전후 2개월 동안의 시세를 조사한 결과, 지하철 역 주변의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상승했다. 강서구의 전세가격은 4.8%, 매매가는 1.3% 올라갔다. 강서구 등촌동 주공 5단지 79㎡의 전세가격은 1억3250만원에서 1억5250만원으로 15% 상승했다. 매매가격은 3억750만원에서 3억1500만원으로 올랐다. 부동산 1번지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직장과 주거지의 접근성을 고려한 직장인이나 신혼부부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9호선과 노선이 중복되는 버스는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11월 중 지하철 9호선과 노선이 겹치는 6632번, 642번을 포함해 일부 노선을 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김기호 노선팀장은 “승객 수를 조사한 결과 강서 지역 일부 노선의 승객 수가 절반 이상 줄어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많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회사원 서영은(25·여)씨는 “9호선에서는 DMB 수신이 되지 않아 불편하고 지하 깊은 곳에 건설돼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배차 간격이 긴 것도 흠이다. 출퇴근 시간에 2분30초~3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1~4호선에 비해 9호선은 6분 간격이다.

28일까지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한 사람은 2031만 명이다. 하루 평균 20만7685명이 9호선을 탔다.  

김경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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