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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기미 감감한 해운업 각국 정부 지원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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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국내 해운업계가 글로벌 경기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내우외환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3위 업체인 프랑스 CMA-CGM이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을 검토한 이후 해운업계의 위기가 소문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대표적인 외화 획득 업종인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며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경기 회복 편승 못 한 해운업=올여름을 기점으로 세계 경제가 일단 바닥을 찍었다지만 해운업계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벌크선 운임 수준을 보여 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26일 현재 3044다. 3000을 넘었다지만 지난해 5월 역대 최고점인 1만1793의 4분의 1수준이다. 컨테이너선 지표인 HR용선지수(HRCI)도 21일 현재 331포인트로 지난해 9월 1100의 3분의 1수준이다.

올 들어 글로벌 물동량이 늘고 있지만 이미 전 세계 해운업계가 공급을 결정한 선박량이 과다하기 때문이다.

한국선주협회 양홍근 이사는 “전 세계 해운업계는 선박 과잉 투자 후유증을 겪고 있다”며 “최근 구주·미주 항로의 물동량이 늘고 있어 연말께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발맞춰 해운업계도 동반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국내 무역업계와 갈등도 문제다. 무역업계는 해운업계의 운임 인상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은 올 8월부터 노선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40피트 컨테이너당 500달러,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00달러를 각각 인상했다. 또 성수기 할증료 400달러를 추가 부과했다.

◆각국 해운업 지원 나서=나라별로 최근 유동성 위기에 빠진 자국 선사를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CMA-CGM의 15억 달러 은행 대출 보증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5위 싱가포르 NOL-APL은 정부로부터 해운금융인센티브(MFI)를 지원받고 있다. 6위인 독일의 하팍 - 로이드는 차입금 12억 유로를 정부로부터 보증받았으며 함부르크시로부터 7억5000만 유로의 현금을 지원받았다. 7, 8위인 중국의 COSCO와 CSCL도 채권단으로부터 각각 150억 달러, 7억 달러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표 참조>

그러나 국내 해운업계는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이 적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선박을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밖에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해운업체들은 한국산업은행의 선박펀드에 40여 척의 선박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개, 올 들어 22개의 선사가 문을 닫았다. 또 10개사 정도는 채권단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에 올라 있다.

해운업체 관계자는 “해운산업은 지난해만 367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5대 외화 획득 산업”이라며 “외국 선사와의 격차를 줄일 절호의 기회인데도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이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 정도안 해운정책과장은 “국내 해운업체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선사처럼 채무불이행을 검토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며 “현시점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산업은행 국제금융실 김중곤 차장은 “해운업계 자금 사정이 더 어려워진다면 선박펀드를 포함한 2조원대의 선박 프로그램 증액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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