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학계도 ‘박정희 다시 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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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그의 시대는 그 중요성만큼 평가도 예리하게 엇갈린다.

김일영 성균관대 정치학과 교수는 “박정희 연구는 ‘체험의 굴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이 자신의 체험에 따라 극단적으로 미화하거나 폄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90년대 중반 이후 박정희 재평가 움직임이 일면서 박정희 연구는 (이념 지향에 따른) ‘쟁투의 유산’이 됐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은 2000년대 들어 더 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진보 학계에서도 박정희 시대를 독재와 저항의 단순한 이분법으로 보지 않고 그 시대의 복합적 측면을 인정하는 움직임이 늘었다.

연구도 다변화되고 있다. ▶박정희 리더십 연구 ▶새마을운동의 일상사 ▶민주주의적 개발국가론에 대한 모색 등도 생겨났다.

박정희 기념 단체들에선 그를 현실정치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한국사의 인물로 평가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김관희 부회장은 “서거 30주기인 올해까지만 10·26에 맞춰 추모행사를 하고, 내년부터는 박정희 탄생일인 11월 14일 기념행사에 집중하자고 관련 단체들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추모에서 기념으로, 2017년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기해 그를 제대로 평가하자는 계획이다. 박정희를 현실정치의 쟁론 대상으로 삼지 말고, 그가 태어난 요람으로 돌려보내 역사적 인물로 정당하게 대접해 달라는 바람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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