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만화 '체리체리 고고'작가 김진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상사와 마주쳐도 자기가 아는 사람한테만 인사하는 여직원. 컴맹 상사가 디스켓을 들고 와 출력을 해달라고 부탁하자 "바쁜데 직접 하세요! 그 나이 될 때까지 컴퓨터도 못 다루시면 어떡해요□" 라고 쏘아붙이는 여직원. 이면지를 쓰라는 회사 방침에 "이면지를 쓰니까 자꾸 걸려서 복사기가 고장난다" 며 상사를 시켜 다른 부서에 있는 새 종이를 훔쳐오게 하는 여직원. IMF 이후 불어닥친 감원 사태로 잔뜩 오그라든 요즘 회사 분위기를 생각하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래서 통쾌하고 재미있다. 위축된 직장인들에게 대리만족의 쾌감을 안겨주는 '체리체리 고고' 의 주인공 고체리. 월간 만화잡지 '나인' (서울문화사)에 1년9개월째 연재 중인 이 만화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샐러리맨의 애환을 소재로 해 30대 회사원들의 열광을 얻었던 '무대리(강주배)' 와 '홍대리(홍윤표)' 의 뒤를 잇는 '리' 자 돌림 직장만화의 계보를 잇고 있다.

최근 1권이 나온 이 작품의 작가는 만화가 김진태(32)씨. 외국어대 스嶽刮載倖?나온 그는 직장 경험이라고는 방위할 때 동사무소에 근무한 것밖에 없다. "현장감이 가장 살아있는 아이템이 뭘까 고민하다 인간군상의 축약판이라 할 수 있는 회사를 무대로 택했다" 는 그는 "나약하고 소심한 성격 때문에 회사 생활에서 늘 치이는 여성들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용 만화" 라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한다.

대학 2학년때 '주간만화' 카툰 부문 신인상을 받아 데뷔한 그는 요즘 우리 만화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명랑만화 분야의 명맥을 이을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어렸을 적 '원시소년 똘비' '포졸 딸꾹이' (신문수). '맹꽁이 서당' (윤승운) '꺼벙이' (길창덕)등 명랑만화를 즐겨봤던 그는 "명랑만화야말로 음식으로 따지면 밥과 같은 기초적 분야" 라고 말한다.

"말랑말랑하면서 부담없이 웃을 수 있는 게 명랑만화의 장점이잖아요. 물론 장엄한 감동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냥 별 목적 없이 '웃기기 위한 만화' 를 그려요. 그렇다고 굉장히 직설적이고 원초적인 개그가 아니라 나름대로 고급스런 유머를 개발하려고 스토리 짤 때 무척 고심을 하죠. " 개그맨을 떠올리게 하는 코믹한 외모와 재치있는 말주변이 작품과 걸맞는 것 같지만 그는 의외로 외대 재학 시절 4년 내내 학보사 시사만평을 그린 '진지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현재 스포츠투데이에 '시민 쾌걸' 을 연재하고 있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