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새치기’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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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청와대가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백신 접종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27일 우선대상자에 대한 접종 시작을 앞두고 청와대 사람들 중 어느 선까지를 우선접종 대상자로 봐야 할지가 고민거리다. 현재 정부는 신종 플루 거점병원과 약국 직원, 방역업무 담당 공직자, 군 의료진 등 80여만 명부터 접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백신의 양이 한정돼 있어 초·중·고교생과 교사는 다음 달 중순부터, 6개월 이상 영·유아와 미취학 아동, 임신부 등은 12월 중순부터나 접종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나 그런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참모들에 대해서는 별도의 접종 순서가 지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 청와대 사람들도 먼저 접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일반 국민보다 앞서 맞으면 특혜 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청와대 내부에서 함께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말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반 국민처럼 차례를 기다려 백신을 맞겠다”고 밝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이런 청와대의 고민을 깊게 한다.

청와대는 일단 20일 수석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본관 근무 직원들만 우선 접종하고 ▶나머지 참모들은 수석비서관까지도 모두 일반 국민과 동일한 순서로 접종을 받는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놓은 상태다. 하지만 동남아 3개국을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일지, 받아들인다고 해도 언제 접종이 이뤄질지는 아직 미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원수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에게는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게 합리적인 조치 아니겠느냐”며 “특히 대통령은 거의 매달 해외순방 일정이 잡혀 있어 백신 접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본관 직원들이 우선 접종 대상자로 거론되는 이유도 대통령과 가장 접촉 빈도가 높은 이들이 대통령에게 신종 플루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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