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린 통한다" 또래상담 효과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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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강원도청소년상담실이 6월 4~5일 실시한 ‘또래상담자 양성과정’에는 동해 시내 중학생 80여명이 참가해 친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1. 경기도 안산시 동산고의 또래상담반은 지난달 27일 열린 학교 축제에서 '인권위의 하루'란 제목의 역할극을 무대에 올렸다. 어른들에겐 소리 높여 권리를 주장하면서 책임의식은 부족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자성해 보자는 내용으로, 많은 학생의 공감을 샀다. 이 동아리는 지난달 한국청소년상담원이 개최한 또래상담 영상콘테스트에서 청소년들의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역할극을 6㎜ 필름에 담아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2."그 강아지가 어디 있는지 누가 알겠어?" "-_-문제를 내라고." "그 문제를 풀라고." "켁. Who knows where the puppy is?" "언니 개 키워?" "아니. 어머니가 털알레르기셔."

하은(대구동중 1학년)이는 3월부터 서울의 현정(구룡초등 6학년)이와 인터넷 메신저로 영어 작문 수업을 한다. 온라인 대화가 이렇게 옆길로 샐 때도 많지만 재미있게 설명하는 '선생님' 현정이 덕분에 하은이는 요즘 영어에 재미를 붙였다.

또래끼리 고민을 들어주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고…. 1994년 한국청소년상담원(www.kyci.or.kr)이 또래상담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한 지 10년 만에 또래상담이 청소년 사이에서 다양하게 변형, 적용되고 있다.

또래상담이란 일정한 훈련을 받은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또래들의 문제 해결을 돕는 것. 청소년상담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개발했던 구본용 강남대 교수는 "청소년을 돕기 위해서는 학교 내 상담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관심있는 학생들을 동아리처럼 만들어 또래들을 돕게 했다"고 설명했다.

서로 도우며 이해 폭 넓혀

지난 10년간 청소년상담원이 양성한 또래상담 지도자는 6000여명, 이들을 통해 배출된 또래상담자가 전국적으로 5만8000여명이다. 대개 학교 동아리 형식으로 한 학기 동안 교육받은 뒤 각자 반에서 상담자 역할 등을 한다.

또래상담의 기본은 온라인을 이용하는 것. 인터넷 카페가 또래상담실로 애용된다.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www.tacteen.net)의 경우 사이버또래상담원이란 뜻의'사또'코너를 운영한다. 일정 기간 인터넷 교육을 마치고 정식으로 사또가 되면 공개 상담코너에 댓글을 달 경우 관모를 쓴 아바타가 붙는다. 현재 10여명의 사또가 주로 성지식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적 문제도 또래들이 서로 도와 해결하고 있다. 일종의 또래 품앗이 학습이다. 경북 대구.고령 지역에서 영어교육 자원봉사를 해온 신유길 전 계명대 교수가 서울 대치동 타워팰리스에 사는 어린이들과 경북 지역 아이들을 인터넷으로 맺어준 것이 그런 예다. 신씨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지역의 또래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처한 다양한 문제를 직접 연극으로 꾸며 해결책을 모색하는 역할극도 최근 또래상담 프로그램에서 인기다.

'좋은 친구' 되는 기회로

안산 동산고 문순영 교사는 "관객으로 참가한 아이들도 2차 경험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돌아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외국에선 폭력방지를 위한 또래중재 프로그램과 술.담배 등의 약물남용방지를 위한 또래상담 프로그램도 개발, 적용되고 있다.

청소년상담원 양미진 선임상담원은 "또래상담은 상담하는 아이들 스스로에게 더 큰 예방효과가 있다"며 "가정에서도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를 사귀라'고만 할 게 아니라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기회를 갖도록 권해보라"고 조언했다.

김정수 기자

*** 바로잡습니다

9월 1일자 25면 '또래상담 효과 만점' 기사 중 경기도 안산 동산고의 또래상담반 지도교사 이름을 문순용씨로 바로잡습니다. 전화 인터뷰 과정에서'용'자를 '영'자로 잘못 알아들어 실수한 점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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