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임시투자세액 공제 안 없앨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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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가면서 향후 경제정책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증세 기조가 일부 수정되고 국가 채무 관리 방식도 더 깐깐해 질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와 정책 대안을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로성 한 방’은 없었지만 정책국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증세 각론 변화 예상=우선 임시투자세액 공제 폐지에 타격이 예상되는 중소기업들로선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됐다. 중소기업이 받는 세액공제의 67.8%가 임투세액 공제인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의 지적이 공감을 얻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투세액 공제 폐지와 관련해 국회가 중소기업에 대해서만 별도 구제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해준다면 정부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냉장고·에어컨·TV·드럼세탁기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5%) 부과도 좀 더 ‘서민 친화적’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강성종 의원은 신혼부부 및 일반가정이 구매하는 가전제품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윤 장관은 “신혼부부와 일반 가정 생활에 일절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대용량 제품에 과세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조달된 자금을 사회복지시설에서 고효율 제품을 구입할 때 지원하는 데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1가구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방침 역시 내년에 조정될 여지가 생겼다. “전세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질의에 윤 장관은 “2011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기부금 공제 지원 제도도 내년 개편 대상에 올랐다. 윤 장관은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의 요청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금 공제 지원 제도를 전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소비세는 보다 현실성 있게 손질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에 배분키로 한 정부안은 지역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지방소비세의 50%는 재정자립도를 고려해 배분하는 방식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부가세에서 떼내는 비율의 점진적 상향을 각각 제안해 정부로부터 “고려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국가채무 관리 방식 개편될 듯=국가채무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연기금의 향후 적자 우려(민주당 강성종 의원)와 공기업 부채 전망(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등 ‘미래의 빚’ ‘숨겨진 빚’도 집중 조명됐다. 정부는 공기업 부채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국가부채규모의 공정한 발표가 필요하다는 지적(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을 받아들여 국가부채 백서 발간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강조한 정부 주도의 서민신용보증기금 설립도 속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부처별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은법 개정은 난항 겪을 듯=그러나 정부는 몇 가지 분야에선 완강하게 맞섰다. 대표적인 것이 국회 기획재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은행법 개정안. 윤 장관은 “왜 굳이 한은법을 끌어내 논쟁해야 하는지 강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은 결코 한은법을 갖고 시간을 보낼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년 이후로 미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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