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경찰서를 털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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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형사로 위장한 도둑' 이 본의 아니게 범죄소탕작전에 휘말려 진급까지 하며 승승장구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6일 개봉되는 새영화 '경찰서를 털어라' 는 바로 그런 내용을 그리고 있다. 2백40억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절도범인 마일즈 로건(마틴 로렌스)은 훔친 보석을 보석가게 근처에 건축중이던 건물의 3층 통풍구에 숨긴 후 경찰에 붙잡힌다.

그러나 2년 후 형기를 마치고 감옥에서 나와보니 건축중이던 건물에 경찰서가 입주한 것. 결국 경찰로 위장해 경찰서로 들어가 보석을 되찾기로 한 로건은 TV시리즈 '캅스' 를 통해 수갑채우는 법, 범죄현장을 덮치는 법 등을 익히고 임무 이양명령서와 배지를 위조해 경찰서에 잠입한다.

첫 날부터 우연히 도망치는 용의자를 체포하면서 형사반장의 신임을 얻으면서 자신의 절도경력에 힘입어 경찰서에서 그는 베테랑 형사 대접을 받는다.

영화 '플러버' 를 통해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실력을 과시했던 레스 메이필드 감독은 단순하면서도 다소 황당해보이는 내용을 순간순간 긴장과 유머가 어우러지는 코미디로 연출해냈다.

매번 신분이 노출될 위험에 부닥치지만 그것을 재치로 넘겨가는 가짜 형사 로건의 활약은 이 영화에 가장 재미를 보태는 부분. '나쁜 녀석들' 에서 윌 스미스와 함께 코믹액션 연기를 보여준 마틴 로렌스는 능청스럽지만 귀여운 면모까지 돋보이는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자칫하면 작위적인 상황에다 어수선하고 과장된 유머가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쾌한 유머와 속도감 넘치는 힙합 리듬으로 영화를 이끌고 간 점이 눈에 띈다.

주인공인 마틴 로렌스의 대사와 제스처에 힙합 리듬을 실어낼 정도로 음악에 많은 비중을 두어 신세대 관객들의 감각에 어필하고 있는 것이 특징. 그러나 도둑의 새로운 '역할게임' 을 통해 세상을 거꾸로 보는 재미,가치의 전복이 주는 통쾌함이 가장 웃음을 자아낸 요소가 어니었을까.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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