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강호순·유영철 DNA 관리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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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선 여자 어린이를 강제로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했던 범인이 19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당시 현장에 남아 있던 속옷과 셔츠에서 찾아낸 유전자(DNA) 샘플과 FBI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DNA 정보를 비교해 범인을 찾아낸 것이다. 피해자 제니퍼 슈잇(27)이 뒤늦게 언론을 통해 피해 사실을 공개한 뒤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수사기관이 DNA 정보를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성범죄나 살인 등 강력 범죄자의 DNA 정보가 반영구적으로 보관돼 범죄 수사에 활용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발의한 ‘DNA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률안은 이달 말 국회에 제출된다. 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내년 하반기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률안에 따르면 DNA를 채취해 보관하는 대상은 재범 우려가 많고 큰 피해를 입힌 범죄자로 한정된다. 범죄 유형으로는 살인, 아동·청소년 상대 성폭력 범죄, 강간·추행, 강도, 방화, 약취·유인, 특수체포·감금, 상습·조직폭력, 마약, 특수절도 등 12개다.

검·경은 형이 확정된 피고인이나 구속 피의자의 동의를 받아 구강 점막에서 면봉으로 DNA를 채취하게 된다. 해당자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서 ‘DNA 감식시료 채취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채취한다. 채취 대상자가 재판에서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을 받거나 검찰에서 ‘혐의 없음’ 등 불기소 처분을 받았을 때는 보관 중인 유전자 정보를 즉시 삭제해야 한다.

형이 확정되거나 검찰에서 구속된 피고인의 DNA 데이터베이스는 검찰이, 경찰에서 구속된 피의자 등의 DNA 데이터베이스는 경찰이 각각 관리하게 된다.

검찰과 경찰의 데이터베이스는 연계 운용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생명과학·의학·윤리학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국무총리 산하 관리위원회에서는 DNA 데이터베이스의 사용·운용 과정을 감시한다. 법무부는 법이 시행되면 연간 3만 명 안팎의 DNA가 저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징역 12년형이 선고된 여아 성폭행범 조두순이나 사형이 확정된 연쇄살인범 강호순·유영철 등도 DNA 관리 대상이다.

현재 범죄자의 DNA를 관리하는 제도는 미국·영국·독일 등 7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05년 회원국 간 DNA 정보를 공유하는 조약을 맺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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