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복제기술 현주소] 냉동 매머드 '유전자 복제'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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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1만년 전 멸종된 매머드를 복제 기술로 살려낼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시베리아에서 온전한 냉동 매머드가 발굴되면서 멸종 동물의 복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룡을 비롯하여 멸종 동물의 복제는 꽤 오래전부터 거론됐지만 아직까지 실현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체세포 복제기술이 등장하면서 다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굴된 매머드는 머리에서 꼬리까지 손상이 거의 없는데다 수컷인 점에서 일부 학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한다. 발굴에 참여한 미국 북아리조나대학의 래리 아젠브로드박사는 "정자의 손상이 없다면 이외로 손쉽게 복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 고 밝혔다.

냉동 정자를 이용한 복제는 사람의 인공 수정과 똑같은 것. 학자들은 매머드의 정자를 코끼리 난자에 수정시키면 이론적으로 2세가 태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코끼리가 매머드와 수정이 가능할 만큼 유전적으로 닮았기 때문. 미국 MIT대학팀은 두 동물은 95% 이상 유전자가 똑같다고 밝힌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태어나는 2세는 매머드 순종이 아니라 코끼리의 잡종. 그러나 첫 실험만 성공한다면 잡종끼리 계속 교배시켜 순종에 가까운 매머드를 얻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체세포 복제술에 희망을 걸고 있다. 체세포 복제술은 난자나 정자가 없이도 2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 "뼈 속의 골수(骨髓)나 심지어는 털 속이라도 염색체만 제대로 보존돼 있다면 매머드를 탄생시킬 수 있다" 는 주장은 이를 근거로 한 것. 그러나 아직까지는 복제에 부정적인 학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고고학자로 발굴단의 일원이었던 이브 코팽박사는 "매머드가 냉동상태로 보관됐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온도가 높았다" 며 정자가 온전할 리 없다고 말했다.

생물학자들은 염색체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선 적어도 섭씨 영하 22도 이하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발굴지는 최저기온이 영하 14도밖에 안됐다는 것. 서울 차병원의 엄기붕박사는 "영하 20도 이상이면 정자의 경우 외피 단백질부터 변형되기 시작해 결국 염색체까지 손상되고 만다" 고 말했다.

그러나 요행히 염색체의 손상이 많지 않다면 복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수분이 적은 모발의 경우 사망 후 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염색체를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냉동 매머드를 이용한 복제가 성공한다면 학자들은 '고인류(古人類)' 복제에도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3만여 년 전 갑자기 사라져 미스터리에 싸여있는 네안데르탈인이 한 예.

빙하기를 거치면서 자취를 감춘 네안데르탈인이 복제된다면 인류진화의 고리가 명확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연구팀은 백인들에게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유전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김창엽 기자

한편 현생인류와 너무 닮은 네안데르탈인의 복제는 비윤리적이라는 주장도 있어 쉽사리 복제를 시도할 수만도 없는 형편. 멸종 조류에 대한 복제도 시도되고 있다.

뉴질랜드 연구팀은 최근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후이아' 라는 토속 조류를 복제기술로 살려내기로 했다.

이 새는 수컷과 암컷의 부리가 다른 유일한 조류로 보존 가치가 높다는 것이 복제의 이유다.

영화 '쥬라기 공원' 처럼 공룡 복제도 부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중국 북경대팀은 최근 공룡의 알에서 DNA조각을 확보, 이 유전자의 서열을 확인한 결과 파충류와 가장 닮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비록 염색체가 온전하지 않더라도 이런 식으로 유전자의 특징을 파악해 나가다보면 퍼즐을 짜맞추듯 공룡과 닮은 동물을 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 유전학자들의 견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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