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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제까지 이런 참변이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50명이 넘는 고교생들이 떼죽음을 당한 인천 인현상가 화재사고 역시 어른들의 안전불감증과 부도덕성 때문에 빚어진 참사였다.

돈만 아니라 손님들의 안전에도 신경을 썼던들, 철없는 아이들을 내 자식처럼 생각했던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도 화성 씨랜드수련원에서 20여명의 어린 생명들을 잃은 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유치원생들의 영정 앞에서 반성하며 재발방지를 다짐하던 그 목소리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이번 사고는 대형사고 때마다 되풀이 지적되는 안전불감증의 극치를 드러낸 사례다. 20여분만에 불길이 잡힌 화재였는데도 사상 두번째로 많은 사상자를 낸 것은 그동안 화재취약요소로 지적됐던 각종 문제점들을 모두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업소의 시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고사하고 오히려 화를 키우도록 되어 있었다.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설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비상대피로가 확보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상자가 난 호프집은 출입문이 유일한 통로였다.

탈출구로 쓰일 수 있는 창문마저도 합판등으로 폐쇄돼 있었다. 이때문에 건물 지하에서 발화된 뒤 불길과 유독가스가 삽시간에 계단을 통해 2층 호프집 출입문으로 번지는 바람에 안에 있던 학생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한심한 것은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당국이다. 무허가인 호프집은 지난 3월 경찰에 의해 폐쇄명령을 받고서도 영업을 계속하다 10여일 전 다시 적발됐으나 버젓이 손님을 받아왔다.

더욱이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왔다고 하니 충격적인 일이다. 도대체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지 못하도록 한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은 왜 만들었단 말인가. 무허가로 청소년들에게 술을 판 행위는 단순히 업주의 배짱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경찰이나 구청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또 학교와 교육당국은 학생들이 거림낌없이 술집을 드나드는데 무엇을 했단 말인가. 검은 상혼과 행정당국간의 결탁 비리와 직무유기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되풀이되는 대형 화재참사 앞에서 매번 안전불감증 타령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이번에야말로 특단의 처방이 있어야 한다. 접객업소의 안전시설기준을 강화하고, 특히 제대로 실행되도록 현장위주의 행정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대형사고 때마다 똑같은 문제점들이 지적된 것이 벌써 몇번인가. 최근에는 콜라텍.록카페.피시게임방.노래방 등 청소년들이 드나드는 업소들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업소수도 폭증했다. 업자와 당국의 자세가 변하지 않는다면 언제 똑같은 참변이 일어날지 모른다.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때이니 내 자식을 보내도 좋다는 확신이 설 정도로 철저한 안전점검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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