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모작 재취업 컨설팅] 의뢰인 군 건설현장서 20년 임태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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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 동안 군 건설 현장을 누빈 뒤 곧 전역을 앞둔 임태웅 소령은 민간에서도 활약이 기대 된다. 건축기사 자격증을 갖추고 수석감리사 자격까지 인정받은 그는 민간 건설회사에 들어가 제2의 건설 인생을 꽃피우고자 한다. [김상선 기자]

임태웅(45)씨는 건설·감리 분야의 전문가다. 공군에서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쌓았다. 소령으로 이달 말 전역을 앞둔 그는 21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대부분을 대형공사 관리업무에 바쳤다.

건설기술인협회가 인정하는 경력도 19년7개월에 달한다. 그가 맡았던 총 공사 금액은 7000억원. 300억원 이상의 공사도 세 건이나 된다. 공군 내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거나 기술적 난도가 높은 공사는 모두 그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공군 4대 비밀산업은 물론 유사시 한반도 내의 모든 상황을 지휘·통제하도록 고안된 전략벙커 구축사업(공사금액 1200억원)도 그의 손을 거쳤다. 주한미군도 그의 실력을 인정해 중요 공사가 있을 때마다 그를 찾았다.

덕분에 ‘메이저(소령) 임’이란 이름은 주한미군 사이에서 탄탄한 공사를 보장하는 보증수표로 통할 정도. 빼어난 실력 덕에 군복무 내내 상복이 따랐다. 우수한 시공실적과 공사감독 능력을 인정받아 2006년부터 3년 연속 국방시설본부가 선정하는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주한 미해군사령관의 감사 표창을 받는 장면이 미군방송(AFN)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민간에서도 보기 드문 실력파다. 1987년 건축기사 자격증을 땄고, 2006년에는 수석감리사 자격을 인정받았다. 군사과학 대학원에 진학해 지리정보시스템(GIS) 관련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래의 건축은 GIS 등 신기술을 복합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믿음에서였다. 군과 민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인간관계 역시 그의 강점이다. 몇몇 감리사무소에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그의 꿈은 종합건설사에 입사해 다양한 현장을 맡아 이를 총괄하는 것이다. 민간 출신들이 꺼린다는 해외 건설현장에서 일할 자신이 있다. 주한미군 관련 공사를 하며 다져놓은 영어실력 덕에 외국인과의 의사소통에도 불편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건설 전문가로 본격적인 이력을 쌓고자 군을 나섰으나 때마침 불어닥친 건설경기 불황에 발목을 잡혔다. 임씨는 “궁극적으로는 종합적인 건설사업관리사(CM)가 되고 싶은 꿈이 있다”며 “군에서 쌓은 경력을 토대로 민간에서도 실력을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이수기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전문용어는 풀어 쓰고, 경력은 묶어 쓰길

(1) 서류 컨설팅 A4용지 네 장 이력서, 두 장으로 줄여라

전역을 한 달 앞둔 임태웅 소령이 건물 평면도를 보며 건축 관련 공부를 하고있다. <장소 제공: 무영건축사무소>[김상선 기자]

이력서는 구직자의 첫인상이다. 그 때문에 이력서는 지원자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열쇠가 된다. 임태웅씨의 이력서를 보면 건설 분야의 비전문가라도 그가 상당한 실력을 갖춘 ‘인재’라는 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력서의 시작인 경력사항이 연대기 순으로 단순 나열된 데다 그 다음 페이지인 수상 경력은 상의 비중에 따라 연도와 무관하게 적혀 있다. 한마디로 원칙이 없다. 게다가 경력사항 밑에 수상 경력들을 잔뜩 적어놓아 동일한 내용이 중복된다. 이러다 보니 이력서만 A4 용지로 네 장이나 된다.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데 이렇게 양이 많아서는 호감을 얻을 수 없다. 바람직한 이력서의 분량은 두 장 내외다. 대신 복잡다단한 경력들은 표로 만들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자. 경력이 너무 많아 넘칠 정도라면 모든 경력을 다 적는 대신 굵직한 경력만 쓰면 된다.

이력서의 흐름이 매끄러워지도록 항목들을 재배치할 필요도 있다. 우선 이력서의 얼굴인 첫 번째 페이지에는 경력 요약을 배치하자. 또 이력서를 작성할 때에는 ‘이력서를 왜 쓰는지’ ‘누가 이력서를 읽을지’ ‘어떤 형식으로 쓸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임씨처럼 특화된 분야의 전문가들이 빠지는 오류가 있다. 이력서 자체가 전문가만의 용어로 가득 차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걸 읽는 인사담당자까지 같은 분야의 전문가이기를 기대하지는 말자. 전문가적인 소양을 담아내되, 단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단 얘기다. 또 임씨는 군 출신답게 연대기식의 이력서를 쓰고 있다. 단순 연대기식의 나열보다는 직무 중심으로 쓰는 게 좀 더 전문가답다. 주요 경력들을 ▶대형 공사 전문 감독업무 ▶기획설계 ▶감사점검 ▶FED사업(주한미군 관련) 등으로 묶어서 정리하라. 자기소개서에서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보인다.

우선 임씨의 자기소개서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로 시작한다. 가능하면 밝고 긍정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쓰는 게 좋다. 그는 자신의 단점으로 ‘다소 강한 자기 주장’ ‘독선적 결정’을 꼽고 있다. 지나치게 솔직하다. 특히 임씨는 중간관리자 이상의 직위를 원하는 만큼 ‘강한 리더십’으로 순화하는 게 좋겠다. 여기에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보여주면 금상첨화.

임태웅 소령(왼쪽)이 강혜숙 DBM코리아 컨설팅팀이사로부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등 준비에 관한 서류 컨설팅을 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2) 면접 컨설팅 구직자가 먼저 급여 상하한선 제시해서는 안 돼

Q 군생활 더 안 하고 전역한 이유는.

A 군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 왔다. 다양한 업무와 현장을 맡아 왔지만 ‘우물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간이란 넓은 바다로 나가 경력을 쌓고 싶다.

Q 생각하는 급여 수준은.

A 군에서 각종 수당을 제외한 연봉만 6000만원을 받았다. 민간에서 비슷한 경력을 쌓은 사람은 더 많이 받는 것으로 안다. 물론 군 출신자는 군에 있을 때만큼의 연봉을 받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란 걸 안다. 보통은 연금수령액수만큼을 제하고 급여로 주더라. 이런 건 바람직하지 않다. 경력이 있는 만큼 어느 선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우리 회사에도 당신 수준의 기술자는 널려 있다. 꼭 기술직을 고집하는 이유는.

A (약간 얼굴 붉어지며) 꼭 기술직을 고집하는 것만은 아니다. 영업이라는 일 자체가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영업 관련 업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술 관련 업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궁극적으로는 건설 쪽 전문성을 더 쌓고 싶다. 실무경력을 더 쌓는 차원에서라도 해외현장에 나갈 수 있다.

Q 해외로 취업한다면 다음 계획은.

A 내 나이 45세다. 민간에 취업한다면 머잖아 중역 자리를 두고 경쟁할 나이가 된다. 중역이 된다면 모르지만 일정한 나이가 되면 다시 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군과 민간에서의 경험을 모아 건설사업관리사(CM)로 일한다는 계획이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귀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임씨는 시종 솔직담백하고 신실한 자세로 면접에 임했다. 게다가 군인 출신답지 않은 부드러운 인상이다. 하지만 몇 가지 약점도 보인다. 우선 전역 사유를 물었을 때부터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고 면접 내내 평정심을 되찾지 못했다. 그는 “실제 구직 과정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출신배경이 뭐건 ‘왜 이직을 결심했는지’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답변의 열쇠는 긍정이다. ‘우물안 개구리’ ‘승진이 안 돼서’등의 부정적 표현보다는 “전 직장에서 좋은 경험을 쌓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가 기본이 돼야 한다.

급여와 관련해서도 완고한 모습을 보였다. 이명숙 컨설턴트는 “구직자 본인이 급여의 상한이나 하한선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너무 많은 급여를 제시하면 회사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반대의 경우라면 구직자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연봉 관련 질문을 받았다면 차라리 “급여는 채용된 이후에 결정됐으면 한다. 먼저 객관적인 능력을 보이고 싶다”는 식의 우회적인 답을 택하라. 반면 해외현장 파견이나 영업 관련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을 했다. 어느 기업에서건 영업을 가장 중시한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 단 취업이 급한 나머지 “입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식의 답은 지원자의 매력을 되레 떨어뜨릴 수 있다.

(3) 종합 컨설팅 군 생활 자부심은 좋다, 딱딱한 자세는 풀어라

임태웅씨는 구직 시장에서 바로 통할 만한 인재다. 탄탄한 경력과 그에 걸맞은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군 출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는 게 숙제다. 일단 목표 의식은 뚜렷하다. 종합건설회사와 전문적인 감리인을 거쳐 꿈을 이루겠다는 경력관리 계획은 잘 세워져 있다.

임씨는 자신의 경력이 시장에서 저평가 받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면접에서 당황스러운 상황에 놓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군 출신자는 비슷한 경력의 민간 출신자보다 적은 임금을 받을 수도 있다. 임금과 관련한 문제는 일단 ‘입사’라는 관문을 통과한 이후 다시 논의하는 게 좋겠다.

이명숙 컨설턴트는 “실제로 연봉 2000만원인 자리에 입사했다가 후에 협상을 통해 연봉을 6000만원으로 높인 사례도 있다”며 “기업은 쓸 만한 인재라면 일단 뽑으려 하기 때문에 무조건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것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좋다”고 권했다.

21년 동안 군에 몸담은 임씨는 면접과 서류 전형 과정에서도 솔직 담백한 모습을 보였다. 단점을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도 스스로에게 가진 자부심의 반영이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나치게 솔직한 점은 분명 감점 포인트다.  

임씨의 약점은 면접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특히 전역 이유를 묻는 질문이나, 희망 임금을 밝히는 대목에서는 얼굴이 붉어지며 크게 당황했다. 압박형 면접이나 술자리 형태의 다양화된 면접은 기본 중 기본이다. 면접 과정이라도 속내를 그대로 읽히는 것은 입사 이후의 직장생활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군 출신은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스스로 꺼려지는 물음을 사전에 정리해 연습해 두는 게 좋겠다.

임씨는 현장에서 뛰는 건축인으로 남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는 45세다. 민간 건설회사로 따진다면 부장 정도의 직급을 달 연차다. 군 출신자인 만큼 프로젝트에 따라 군을 대상으로 한 영업 업무에도 투입될 수 있음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주로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보던 구직 경로도 다양화하는 게 좋겠다. 강혜숙 이사는 “취업 포털은 물론 건설인력 관련 전문 사이트(conjob.co.kr)와 일반 헤드헌터와도 접촉해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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