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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서울시장 출마설? “그럴 계획 절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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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17일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 상임이사는 이날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치세력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식 기자]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선 시민단체 인사들이 지방의회에 출마하고, 우리도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단체 저명인사 120여 명과 연합해 ‘희망과 대안’(가칭)을 발족시키는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의 내년 서울시장 출마설에는 “그럴 계획이 절대로 없다”고 강조했다.

만난 사람=강찬호 정치부문 차장

-‘희망과 대안’의 발족 경위는.

“시민사회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돼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 합리적 시스템, 다 무너지고 있다. 6개월 전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자연스레 모였다. 4대 종단(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에 보수·진보가 어디 있나. 이들까지 뭉쳤다.”

-지방선거에 유의미한 활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결정된 건 없다. 다만 광역지자체장은 몰라도 지방의회는 풀뿌리 영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기 나갈 시민단체 인사들이 있을 것이고, 시민단체의 역할도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 반대 세력과 힘을 모아 정당과 연합할 수도 있다.”

-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공격하고 야당을 밀어주는 건가.

“정부가 좋은 정부가 되게끔 하는 것과 직접 공직 후보로 뛰는 건 다르다. 나만 해도 지난해 총선에선 민주당, 5년 전 총선에선 한나라당이 두 번씩이나 공천위원장을 맡아달라 했지만 다 거절했다. 그 자리 맡으면 전국구 1번 주던 때다. 맘만 먹었으면 수석·장관도 여러 번 했을 거다. ”

-2000년에 한 낙천운동을 재연할 수도 있나.

“지난해 출시한 냉장고를 올해 또 팔려 하면 팔리겠나. 시민운동도 새로운 걸 해야 시민들이 재미있어하고, 참여한다.”

-시민단체들의 정치 참여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역기능도 일부 있었지만 한국 사회의 민주화·상식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 촛불시위는 나 같은 사람들은 적당한 선에서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시장에 나갈 생각은 없나.

“전혀, 절대 나가지 않는다. 곧 주한 영국대사를 만나는데, ‘영국에 1년 정도 초청해줄 수 있나’고 물어볼 생각이다. 나에 대한 말이 워낙 많아서….”

-“국가정보원이 시민단체들을 사찰해 재정 압박을 겪고 있다”고 발언해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도 잘 아는 사이인데 직접 만나볼 생각은 없나.

“이 대통령은 원래 우리 ‘아름다운 재단’ 명예대표였다. 대선 당시 잠깐 붙은 특보들보다는 내가 관계가 더 깊다. 내 발언이 보도된 뒤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당시)이 찾아왔다. 이 대통령이 나를 두고 ‘그분이 좌파도 아니고…’라 말해서 온 것 같다. 맹 수석은 2시간 동안 내 얘기를 듣더니 ‘다 보고하겠다. 대통령과 만남도 주선하겠다’고 했지만 그 뒤 고소장만 날아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청와대 있을 당시 두 차례 만났는데, 혼자서만 얘기하더라. 이 대통령도 똑같은 상황인 것 같다. 청와대 틀이 바뀌어야 한다.”

-차기 대선에 생각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꼭 청와대를 가야 하나. 내가 지금까지 이룬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 대통령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은 어떤가.

“나 같은 사람을 배제하고 중도라 할 수 있나. 진정성이 담겨 있지 않다고 본다.”

- 이 대통령이 박 변호사를 중용하면 좋은 선택일까.

“나 자신을 평가하긴 그렇지만, 많은 분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운찬 총리 영입은 어떻게 보나.

“청문회에서 드러난 걸 보면 실망스럽지만 그분의 인생 역정을 보면 상식에 어긋난 일은 해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총리로 데려간 건 잘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총리로서 뜻한 바를 이루긴 어려울 것이다.”

-현 민주당은 잘하고 있는 건가.

“역대 야당 중 가장 위축된 상황 아닌가. 비판·반대만 하면 안 되고 그걸 넘어 자꾸 제안을 내놓아야 한다. 또 인재를 영입하고 통합에 힘써야 한다. ”

정리=허진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박원순=시민운동가이자 법조인.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75년 대학 신입생 때 ‘김상진 열사 추도식 사건’으로 투옥된 후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22회) 합격 후 82년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임용됐으나 83년 변호사 개업 후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에 이어 현재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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