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니시무라 핵 발언 후유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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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가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전 방위청 정무차관의 핵 무장 발언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야당.시민단체.언론이 한 목소리로 오부치 총리의 책임 문제를 들고 나왔다. 오부치는 "모두 내 책임" 이라며 20일 니시무라를 서둘러 해임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니시무라의 발언이 총리 책임으로 비화된 것은 오부치 스스로 정무차관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 그동안 내각구성은 파벌간 나눠먹기가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총리가 관료의 국회 답변 폐지를 들어 정무차관들을 직접 낙점했다. 그래서 "검증받지 않은 인물을 발탁한 것은 총리 책임" 이라고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29일부터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내각불신임안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타 쓰토무(羽田孜) 민주당 간사장은 "발언 당사자가 물러나는 것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고 말해 계속 물고 늘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주요 신문들도 사설을 통해 오부치의 책임을 추궁했다. 도카이무라(東海村) 핵가공 시설의 방사능 누출사고로 핵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터져나온 니시무라의 발언으로 국민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니시무라가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늘어놓은 상스러운 표현들도 반감을 더했다. 연립정권 출범으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오부치 내각 지지율이 곤두박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 내에서도 책임추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 간사장은 "니시무라 임명은 문제였다" 고 직격탄을 날렸다. '평화의 당' 을 기치로 내건 공명당도 니시무라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반면 자유당은 성급한 해임에 불만이다.

발언 파문으로 갓 출범한 자민.자유.공명당의 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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