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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의 허와 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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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호 35면

18세기 말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을 발명해 산업혁명의 성장 동력을 만들었다. 증기기관을 장착한 기차와 배가 만들어졌고 공장이 지어졌다. 석탄에 의한 혁명이었다. 그로부터 약 100년 후, 석유가 등장하면서 19세기 말에 존 록펠러라는 석유 재벌이 탄생했다.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견이 부(富)의 지도를 바꾼 것이다. 다시 10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고 있고, 에너지원의 혁신은 제4의 물결이 되어 ‘부의 미래’를 바꿔버릴 것이다. 에너지혁명인 녹색혁명은 기존 기술과 기존 산업을 쇠퇴시키고 신기술과 신산업을 창출해 부를 재편할 것이다. 새로운 에너지원 기술을 선점하고 지배하는 자가 승자가 되고 그 기술을 보유하는 국가가 강국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은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과연 좋기만 한 것인가.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인 풍력·태양광·태양열을 살펴보면 풍력발전 시설은 주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산과 바다에 설치하는데, 원자로 한 기에 해당하는 전력 생산을 위해서는 약 1000대 정도의 풍력발전기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백두대간 수백㎞의 땅이 필요하다. 도로 건설, 송전선로 설치 등으로 환경 파괴가 일어남은 물론이다.

태양열이나 태양광 발전의 경우에도 흔히 땅값이 싼 산지(山地)에 설치되는데 산림 훼손과 태양광 발전에 사용되는 배터리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있다. 태양열 발전의 시스템 이용 효율은 40% 정도 되지만 태양광 효율은 아직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바람과 일조량이 부족한 우리 국토 여건에 맞는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성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정부 예산을 살펴보면, 기술개발 사업에 투자되는 예산은 절반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보급지원 사업과 융자지원 사업에 쓰이는 면이 있었다. 특히 풍력 발전 시설의 경우 국내에서 거의 제작되지 않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관련 업체가 거의 없다면, 보급과 설치 위주의 지원은 결국 해외 선진국의 산업체들을 배 불리는 셈이다.

에너지 기술 개발 지원정책 관점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에너지 기술 개발에 투자가 되고 있는데, 얼마 전에 해외 에너지 시스템 전문연구기관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이 연구기관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기술 포트폴리오 설계를 위해 미래 인구, 국내총생산(GDP), 에너지 수요, 자원의 변화를 고려하고, 가능한 모든 에너지 기술과 투자비용을 고려해서 최적의 에너지 기술 포트폴리오 구축을 시도했다.

연구 결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기존 에너지 기술의 향상이나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보다 에너지 효율 향상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신재생에너지 등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생산을 무작정 하지 않도록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는 기술개발 투자가 가장 시급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세계 인구는 2020년에 80억 명으로 증가할 추세인데 인구 증가에 따라 지금과 같이 에너지 소비가 함께 증가한다면 에너지·환경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심각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도 에너지 정책을 성장 위주로만 구성할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증대시키기 위한 에너지시스템 연구방식 적용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일반 시민들의 행동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 정부가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녹색성장은, 에너지 효율 증대를 위한 모두의 녹색 노력과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이 함께 가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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