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무라 '핵발언'] 日 핵무장 '터 닦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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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의 니시무라 신고(西村眞悟)방위청 정무차관의 핵무장 관련 발언은 핵무장 공론화의 터를 닦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그는 평소 자위대 대신 국군을 창설해야 한다는 지론을 펴온 매파 의원. 따라서 단순한 '실언(失言)' 이 아니라 발언배경에는 핵무장론의 불을 지피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니시무라 스스로도 20일 "핵무장을 논의하려 했다" 고 털어놓았다. 니시무라의 발언은 일본 보수세력의 국가 정비 시나리오의 한 자락을 드러내 보인 것이라는 의구심도 불러일으킨다.

올들어 일본은 주변지역 비상사태때 자위대가 개입하는 주변사태법, 국기.국가법 제정을 통해 '보통국가' 의 면모를 갖췄다.

일본은 지난해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우경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니시무라의 발언은 이제는 핵무장론을 꺼낼 때가 됐다는 보수진영의 자신감 표시로도 보인다.

그러나 니시무라의 발언은 국제적으로 핵감축 외교에 앞장서온 일본 정부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일본은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가장 먼저 비준했고, 현재 CTBT발효촉진회의 의장국이기도 하다.

해마다 유엔 총회에 핵철폐 결의안도 내왔다. 따라서 방위청 2인자의 핵무장 발언은 일본의 군축외교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는 20일 니시무라를 서둘러 해임했다. 당장 그의 발언으로 일본의 비핵 3원칙(핵 제조.보유.반입 금지)이 설득력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주변국의 일본 군사대국화 우려에 대해 항상 비핵 3원칙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 로 들고 나왔다.

니시무라의 발언 파장에 따라 오부치 총리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니시무라는 자유당 소속이지만 연립내각 구성때 오부치가 직접 낙점한 인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일제히 오부치의 책임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부치는 지난 17일 나가노(長野)구 참의원 보선 참패와 맞물려 당분간 정치적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니시무라 문제의 '말말말'>

▶정무차관으로서 하고 싶은 일〓자위대가 아닌 국군의 창설. 대동아공영권의 확산.

▶북한 공작선 대응〓해상경비행동 발령. 앞으로는 발포해 격침시킬 것.

▶집단적 자위권 필요성〓성폭행당하고 있는 여자를 남자가 도와주는 원리.

▶국방〓우리의 사랑하는 아이가 다른 나라 남자에게 성폭행당하는 것을 막는 일.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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