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재판, 각본 있었다…KBS1 '일요스페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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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1909년 10월 만주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지 올해로 90년째다.

당시 7일 동안 진행된 재판 결과 안의사는 사형에 처해졌다.

KBS1 '일요스페셜' 제작진은 일본 외무성 역사사료관을 뒤진 끝에 재판 관련 극비문서를 발굴, 24일 '발굴 일 외무성 비(秘)파일, 일본은 왜 안중근을 죽였나' (밤8시)를 통해 안의사의 재판이 순전히 일본의 각본에 의해 진행되었음을 밝힌다.

사건발생 3일 후 뤼순으로 급파된 일본 외무성 정무국장 구라지 데츠키츠와 도쿄에 있던 외무대신 고무라 주타로가 주고 받았던 비밀 전보 내용이 공개된 것. 뤼순에 도착한 구라지가 '혹시 무기징역이 될 지도 모르니까 지시를 내려달라' 고 보낸 전보에 외무대신은 '중대한 일이므로 극형에 처하라' 고 대답했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의 일이다. 구라지는 또 '법원장이나 검사는 사형에 동의한다' 며 '혹시 무기징역이 내려지면 항소해 고등법원에서 사형시키겠다' 는 전보를 다시 띄웠다.

재판은 이듬해 2월 7일부터 열렸으며 안의사는 1심에서 사형이 결정돼 항소 없이 3월 26일 교수형이 집행됐다.

그리고 안중근 의사가 수감됐던 뤼순 감옥과 관동도독부도 방송에선 처음으로 공개한다.

군사보호구역이어서 외국인에 대한 통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또 거사 전날 안의사가 우덕순 동지와 함께 불렀다는 일명 '안중근 노래' 도 소개한다. "만났도다 만났도다, 원수 너를 만났도다" 란 가사가 담긴 이 노래는 1차대전 중 러시아군으로 참전한 한인 병사들에 의해 불리기도 했다.

포로가 된 이들에게서 독일군이 채록한 음반이 현재 독일 훔볼트 대학에 보관돼 있다.

이밖에 중국의 혁명가 저우언라이(周恩來)와 그의 부인이 안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연극에 출연했던 사실도 확인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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