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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대우처리, 최선의 선택이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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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의 대우 부실 처리방안은 과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최선의 판단이었을까.

여전히 논란이 많은 이 문제를 놓고 새삼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두 보고서가 연이어 뒤늦게 밝혀졌다.

본지는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대우그룹 구조조정 평가 및 개선방안' 이란 내부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지난 6월 11일자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대우 그룹이 (4월에)발표한 대로 구조조정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부도상황(technical insolvency)은 지속될 전망" 이므로 "제3자 위임방식으로 신속.확실하게 추진돼야 하며, ㈜대우.대우자동차 등 규모가 큰 계열사는 워크아웃과 매각(자산매각 포함)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이규성(李揆成)전 재경부장관이 올 5월 KDI에 작성을 지시, 대외비 보고서로 만들어진 후 재경부 핵심라인은 물론 청와대 민정.경제수석, 금감위 부위원장 등 극소수 인사에게만 전달됐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국민회의 정책위원회가 올 8월 작성한 '대우그룹 처리에 관한 특별보고서' 도 ▶대우 위기는 유동성 위기가 아닌 지급불능의 위기이므로▶정확한 경영 실사를 근거로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와 공적 자금 투입 등 공식적인(public) 처리방안까지를 포함한 신속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나라당 김재천(金在千) 의원도 18일 재경부 국정감사를 통해 "금융연구원이 지난 4월 '대우에 대한 과감한 조치가 더 이상 연기되기 어려운 실정' 이라는 내용의 '대우 워크아웃의 경제적 영향' 이란 보고서를 청와대와 금감위에 보고했다" 고 주장했다.

◇ 국책연구기관들의 진단〓지난 5월 이후 청와대.금감위.재경부 등에 보고된 이 보고서는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대우.대우자동차처럼 수입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사실상 부도상태에 있는 기업수가 10개에 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외부에서 빌린 차입금 30조2천억원은 항상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대우그룹의 심각한 부실실태를 감안할 때 구조조정은 워크아웃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의 자산매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우증권.교보생명.한미은행 등 계열 금융기업들의 주식은 즉각 해외매각하고 해외매각이 여의치 않으면 주식시장을 통해 매각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보고서는 또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김우중(金宇中) 회장에게 맡겨서는 안되며 정부.채권단.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제3의 전담팀이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대우그룹의 채권금융기관들은 대우채권을 대우주식으로 교환하는 방법으로 자본전환을 시킨 뒤 이 주식을 예금보험공사에서 다시 사주는 방법을 통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금융연구원도 지난 4월 17일 '대우 워크아웃의 경제적 영향' 이란 대외비 보고서를 통해 "대우자동차에 대한 워크아웃이 시행되면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효과보다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 관련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해외자본의 한국진출을 더욱 촉진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 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천 의원은 국감에서 "워크아웃을 지연시켜온 이유는 무엇이며, 워크아웃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규모는 얼마인지 밝혀야 한다" 고 주장했다.

◇ 정부의 생각〓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신규자금 지원이나 기존대출금 만기연장 정도로 대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정부도 이미 5~6월께는 인식하고 있었다" 며 "다만 당시로선 시장충격 때문에 워크아웃이란 말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의 부채는 은행대출보다 회사채나 기업어음(CP)형태로 돼있는 게 더 많기 때문에 채권단의 출자전환만으로 해결이 어렵다" 며 "회사채.CP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문제와 함께 일괄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오는 11월 6일께 ㈜대우와 대우차에 대한 실사결과의 윤곽이 나오면 대우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계획의 골격도 잡힌다" 며 "워크아웃 계획의 원칙은 대우 계열사가 각자 독립기업으로 자력회생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구조를 확실히 개선시킨다는 게 원칙" 이라고 덧붙였다.

임봉수.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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